1인 시위·기자회견 표방 시위 확산
2022년 3건·2023년 6건과 대조적
“집회·시위 빌미 헌재 압박” 비판 속
“표현의 자유 보장 위해 필요” 상충
警, 집시법 예외규정에 단속 못 해
“경찰 적극 대응 명확한 지침 필요”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재동 인근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등하굣길에 두려움을 호소했다. 매일 열리는 집회시위로 헌재 주변 도로가 통제되고, 경력까지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헌재 정문을 무대 삼아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었고, 탄핵 찬반 단체는 세대결장으로 삼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헌재 100m 인근은 집회가 제한되고 있지만, 탄핵 국면에서 헌재 앞 집회시위는 그 어느 곳보다 과열됐다. 제한 범위에서 벗어난 ‘1인시위’와 ‘기자회견’을 표방해 집회시위를 열면서 경찰이 이를 통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달까지 헌재 인근에서 금지된 ‘사실상의 집회’는 최소 12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헌재를 집회로 압박하려는 시도였다는 비판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이들 집회를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부딪친다.

헌재 100m 이내 신고된 집회·시위 중 경찰이 ‘금지 통고’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2년 3건, 2023년 6건, 2024년 36건, 2025년 3월까지 88건이다. 지난해 36건은 모두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12월3일 이후 집계된 건들이었다. 연간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람도 2022년 495명, 2023년 410명, 2024년 395명, 2025년 2월까지 68명으로 해마다 400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헌재 인근 집회 금지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단 목소리도 있다.
실제 헌재는 2018년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급 법원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한 집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중의 압력으로부터 법원을 보호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영향을 차단한다는 목적은 정당하지만, 집시법은 법원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규제수단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20년 개정된 집시법은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고,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퍼질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집회·시위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이 생겼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같은 소요를 막으려면 경찰이 사전에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당부도 나온다. ‘1인시위’와 ‘기자회견’이라고 하면 손쓸 수 없는 지금 상황은 문제라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교수(경찰소방행정학부)는 “합법적 집회는 당연히 보장해야겠지만, 공권력을 침해해도 된다고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찰이 붙잡혀 두드려 맞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경찰이 집회시위를 강단 있게 관리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부남 의원은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불법 집회가 폭증했는데도 경찰은 ‘1인시위’나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에 막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며 “이러한 방식이 미신고 집회로 변질해 공공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경찰은 보다 적극적인 법 집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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