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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업체서 매달 차명계좌로 입금… 수시로 인사차 돈뭉치 전달

입력 : 2019-11-06 06:00:00 수정 : 2019-11-06 13: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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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뇌물 어떻게 전달했나 / 업체 대표가 통장 준비해 비번 넘겨 / 비번 수정 요청 문자… 직접 인출 정황 / 초기엔 ‘가족 명의 계좌로 송금’ 증언 / 건넨 돈 대부분 회삿돈 횡령으로 마련 / 건설사 등서 받은 돈도 최소 1800만원 / 군납 문제 등 도움 때마다 별도 사례 / 임직원에 ‘아우’ 호칭… 회식자리 호출

이동호(53) 고등군사법원장에게 1억원대의 금품과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식품업체 M사 대표이사 정모(45)씨는 경남지역의 실력자로 통한다. 그가 군납하면서 이 법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등에게 뿌린 전체 뇌물 규모와 로비 내역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폐쇄적인 군 조직 특성 등을 고려하면 다른 인물까지 연루된 부패범죄 사건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매달 따박따박’ 계좌로 받은 뇌물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이 법원장에게 계좌이체를 통해 약 7000만원, 현금 뭉치로 약 3300만원을 건넸다. 은행계좌를 활용한 점에서 이 법원장의 뇌물 수수 방법은 다소 충격적이다.

 

확인된 계좌는 농협과 국민은행 등 최소 두 곳이다. 우선 농협 계좌로 매달 정 대표가 150만원, 지역의 모 건설사 대표가 100만원을 각각 입금했다. 이렇게 건너간 돈이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총 3860만원이다. 2017년부터는 국민은행 차명계좌로 1000만원을 받았다. 정 대표가 이 법원장을 만난 초기엔 이 법원장 가족 A씨 계좌로 300만원씩 6차례, 총 1800만원을 건넸다는 증언도 있다. 건설사 대표 등 다른 스폰서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서 받은 돈도 최소 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 대표가 건넨 돈은 회삿돈을 횡령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에서 만연한 비자금 조성책인 ‘월급 페이백’ 수법이 동원됐다. 직원에게 본래 급여보다 많은 돈을 지급한 뒤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미리 준비한 계좌와 도장, 비밀번호 등을 이 법원장에게 넘기고, M사 회계담당 B씨를 통해 횡령한 돈을 입금했다. 계좌상 흐름은 B씨→C씨 계좌1(M사 임원 가족)→C씨 계좌2로 이체돼 충남 계룡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빠져나간 것이 대표적이다.

 

계룡대 ATM에서 돈을 인출한 인물은 이 법원장일 개연성이 높다. M사와 이 법원장의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를 보면 이 법원장은 현금을 인출하려다 비밀번호를 잊은 듯 수정을 요청한다. 차명계좌를 다른 사람 것으로 바꾸는 내용도 상의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검찰, 법원 등 압수수색 영장에 관여할 수 있는 권력기관 관계자들은 본인이나 차명계좌로 드러내놓고 뇌물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감히 수사기관에서 자신들의 계좌를 열어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고, 설혹 영장을 청구한들 기각할 힘도 있다고 여기는 탓”이라고 말했다.

 

M사 관계자가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에게 새로운 계좌번호를 요청하자 지인 계좌번호를 건네주는 대화를 담은 텔레그램 메신저 화면.

◆“현금 뭉치는 화장실에서”

 

이 법원장은 현금도 직접 받았다. 시쳇말로 ‘인사’다. 증언을 종합하면 정 대표 등 M사 관계자들은 이 법원장과 만날 때면 반드시 인사를 했다. 관계자들이 기억하는 것만 2015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11차례다.

 

보통은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지만 군납에 문제가 불거져 도움을 요청했거나 새로운 사업을 따내는 등 특별한 인사가 필요할 때 정 대표 등 M사 관계자들이 식사와 술을 접대했다. 어묵을 납품하던 M사가 세금계산서를 조작해 감자튀김 납품이력을 만든 뒤 해당 사업을 따냈는데, 이때 정 대표는 1000만원을 건네는 등 총 3300만원을 줬다.

 

이 법원장은 M사 관계자들을 ‘아우’로 호칭하며 자신의 회식자리에도 불렀다. 한 관계자는 “(이 법원장과) 만날 때는 식사자리에서 (돈을) 건네지만 다른 분들과 회식 땐 화장실에서 장군님 안주머니에 봉투를 넣어주는 게 인사 방식이었다”고 증언했다. 물론 밥값, 술값은 M사 공금이나 개인 돈으로 처리됐다.

 

M사 관계자들은 회식자리에서 이 법원장의 인맥에 놀라곤 했다. 이 법원장은 현역 군사령관(육군 대장), 전 국가정보원장 등과 어울렸으며, M사는 이때마다 식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대표 생산품인 어묵 세트를 들려 보냈고 명절 선물 리스트에 포함했다.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이 출금하려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차명계좌를 제공한 M사에 비밀번호 변경을 요청하는 대화를 담은 텔레그램 메신저 화면.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은 누구

 

군에 따르면 이 법원장은 군 법무병과에서 중요 직책으로 꼽히는 보직은 거의 모두 거쳤다. 2000년 제11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2005∼2008년 국군기무사령부 법무실장, 2011년부터는 고등군사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M사와 처음 접촉한 2015년에는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법무참모였고, 2018년 법무병과 수장인 육군본부 법무실장과 제38대 육군 법무병과장에 오르며 장군으로 진급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제12대 고등군사법원장에 임명됐다.

 

고등군사법원장은 군 계급으로 준장이지만, 군내 영향력은 민간의 서울고등법원장을 능가하는 거의 장관급이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고등군사법원은 군법에 의해 회부되는 각종 항소·항고사건을 재판하는 군내 최종심이다. 국방부에 한 곳만 설치돼 있으며 재판관 5인으로 구성된다. 이 법원 판결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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