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정부 삐라살포 소극대응 직접적 영향 미친 듯
“남한보단 美와 관계개선 통해 살길 모색” 분석도
북한군이 12월1일부터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차단할 것이라고 12일 밝힘에 따라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을 비롯한 남북관계 전면 중단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북측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물류 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개성공단은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단계적으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실제 개성공단 폐쇄까지 상황을 몰고 갈 공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지난달 2일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경고만 했으나, 21일에는 군사적 조치와 경협 조치, 남북관계 전반을 언급하며 범위를 넓히고 강도도 세졌다”면서 “이어 지난 6일 북한 군부의 개성공단 무력시위에 이어 이번 발표가 나왔다는 것은 북한이 발표 그대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은 빈말을 하지 않으며, 한다고 예고한 행동은 반드시 한다. 그런데도 남측이 계속 무시하니까 오히려 더 자극을 받아 북한이 움직이고 나선 것”이라며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개성공단 폐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 남북 경협을 포기하고서라도 대남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달 29일 방북했던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남 경협을 관리해 온 민족경제협력위원회를 폐지하고, 산하의 민족경제연합회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로 옮기는 등 대남 경협기구와 조직을 축소·개편했다고 얘기했다”면서 “이는 대남 경협을 줄이고 중국 등 해외로 눈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대남 강경카드를 고수하는 배경에는 ‘대북전단(삐라)’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결국은 삐라 문제가 가장 크다”면서 “이는 북한엔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 남측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고 강경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도 “선군정치의 사회인 북한에서 군부가 얘기를 했다는 것은 심각한 메시지”라며 “삐라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남측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대미관계를 통한 대남 압박의 의도도 읽힌다. 정부 소식통은 “북은 대미관계가 개선되면 우리 정부는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따를 것이라는 판단 하에 대북정책을 전환해서 남북관계를 풀든지,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감수하든지 택하라고 요구하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자신들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 입성을 예약한 상황에서 대미 관계 개선에 주력함으로써 살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이번 통고가 실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의 행동보다는 대남 압박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름 이상의 시간을 두고 12월1일이라는 시한을 제시했다는 점과 개성공단 중단은 북한으로서도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고 교수는 “평상시 같으면 바로 차단했을 텐데 시간적 여유를 둔 것으로 보면 남쪽의 태도를 보겠다는 태도로 볼 수 있다”면서 “개성공단은 북으로서도 피해를 감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측은 남북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변을 내놓으라고 남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도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고민해 향후 대응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이성대 기자 21s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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