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핀란드, 1년의 절반이 겨울… 호수만 20만곳

입력 : 2009-04-02 17:12:17 수정 : 2009-04-02 17:12:17

인쇄 메일 url 공유 - +

터키항공을 이용한다면 북유럽 여행의 시작은 핀란드가 제격이다. 이스탄불에서 핀란드 수도 헬싱키까지는 비행시간만 5시간 걸린다. 서쪽의 스웨덴, 북쪽의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여유가 넘친다. 북위 70도를 넘나드는 지역에 자리한 핀란드는 국토의 30% 이상이 북극권이다. 11월에서 4월 중순까지 1년의 절반이 겨울일 정도로 추운 곳이다. 핀란드에서는 5월에도 눈이 내린다는 말이 실감 난다.

# 세계 청렴 국가 1위

인구 500만명의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이고 ‘자일리톨의 고향’이다. 이곳은 삼림, 호수, 백야를 떠올리게도 한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호수만 20만개일 정도로 호수가 많다. 목재업이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햇볕을 좀 더 잘 받기 위해 하늘로만 치솟는 소나무의 모습이 날렵하다. 그런가 하면 식사 때마다 연어가 나올 정도로 어업이 발달했다.

핀란드를 상징하는 것은 기후와 자연환경만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논할 때 모델로 떠오르는 나라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이뤄낸 복지국가는 치열한 자기 절제가 큰 힘으로 작용했다.

바로 공무원들의 힘이다. 이곳에서는 맥주와 차가운 샌드위치가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라고 한다. 햇볕을 보지 못해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은 곳에서 공무원들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군데군데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건물 아래 중형자동차만큼의 공간에 남아 있는 햇살에 노출하려는 것이란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옷을 입고 거리를 누비는 이들의 모습은 자연만큼이나 소박하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하루 걸려 도착한 피로가 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풀린다. 핀란드에는 개발의 흔적이 없다. 오래된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거리와 건물들이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옛것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다. 20세기 초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숱한 어려움을 겪고서 체득한 교훈이었다. 해마다 도시가 파헤쳐지고, 개발을 능사로 아는 문화에 사는 이들로서는 이들의 문화가 부럽다.

# 시벨리우스·사우나의 나라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는 핀란드 사람들은 은근과 끈기를 자랑한다. 이를 핀란드어로는 ‘시수(sisu)’라고 한다. 인위적인 문화나 하드웨어에 강점을 보이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자연스런 문화를 선호하는 그들의 특성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벌목회사였던 노키아가 17년 동안 적자를 보면서도 세계적인 휴대전화 회사로 성장한 것은 그들의 끈기를 잘 보여준다.

이 ‘시수’와 함께 작곡가 ‘잔 시벨리우스’, 사우나를 핀란드의 ‘3S’로 꼽는다. 핀란드 국민악파 음악의 창설자인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국민의 자랑이다. 우울한 자연환경과 압박받는 모국의 처지를 잔뜩 담아냈다. 핀란드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한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시벨리우스 아카데미를 찾는 이들이 넘치고, 그의 음반이 아직도 지속적으로 팔리는 이유다.

핀란드의 옛 수도였던 투르쿠의 시벨리우스 기념관에서도 동네 주민들이 그의 음악에 젖어 있었다. 그의 작품과 일생을 기록한 자료를 보는 이들의 표정이 우수에 차 있다.

사우나는 핀란드의 ‘오래된 상징’이다. 시골에도 동네마다 사우나가 있고, 가정에 사우나가 있는 집도 많다. 추위를 녹이고,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핀란드 남부 템페레 인근 마을의 가정집을 찾아보니, 10명은 들어갈 만한 사우나에서 노인들이 피로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는 일본과 많이 닮았다. 사우나와 회를 좋아하는 일본인에게 핀란드만큼 훌륭한 여행지도 없다. 

# 2011년 유럽문화도시 투르쿠

핀란드 남서부에 있는 투르쿠는 핀란드의 옛 수도로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땅이다. 이를 인정받아 에스토니아의 탈린과 함께 유럽연합이 선정한 2011년 유럽문화도시로 선정돼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핀란드의 다른 지역처럼 스웨덴 출신 시민들이 핀란드 토박이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는 곳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다수 살기에 공존과 평화의 땅으로도 유명하다.

해마다 12월25일 정오에 세계인을 상대로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알리며 평화선언식을 갖는다. 15세기부터 이어진 크리스마스 선언식이 평화선언식으로 계승 발전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예술가와 조각가가 모여들고 있는 투르쿠에는 옛 향기가 묻어난다.

한국인의 자부심이 확인되는 곳도 있다. 항구에 인접한 곳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는 STX 공장이 있다. 이곳에서 STX는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Oasis of the Seas)를 건조하고 있다. 핀란드 직원들의 발걸음이 우리의 자부심만큼이나 촘촘하다.

투르쿠·템페레=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