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1명과 12명의 미군 등 13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한 이번 사건은 일단 미국내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지난 4월 뉴욕주 빙엄턴의 이민자 서비스센터에서 베트남계 이민자가 총기를 난사, 13명이 사망하고, 3월에는 앨라배마주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10명이 숨진바 있다. 또 2007년에는 버지니아공과대학에서 한국계 학생의 총기난사로 32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라크 바그다드공항 인근의 미군기지 `캠프 리버티'에서 미군 병사가 총기를 난사해 미군 5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후 6개월만에 미군기지에서 비슷한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에서 미 국방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포트 후드 기지는 미 국방부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미군이 급증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해온 주요 기지중 하나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미 육군의 제1기병사단과 보병 4사단 본부인 이 기지는 5만2천여명의 현역병이 수용돼 있는 미 육군의 최대 기지중 하나다. 기지내 장병들은 상당수가 이라크 및 아프간전에 여러 차례 참전했던 경험이 있으며, 기지내 칼 다널 육군 병원에는 2003년 이후 두 전쟁에 참전했다 부상한 2천200명의 미군병사들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포트 후드는 지난 여름 당시 기지 사령관인 릭 린치 중장의 주도로 기지내에 `복원 캠퍼스(Resielency Campus)'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쟁에 참전했다 귀환한 장병들을 상대로 외상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기회를 제공했다. 또 `정신 적응센터(Spiritual Fitness Center)'를 통해 다양한 정신과 상담 및 군목과의 대화 등 전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해 왔다.
조지 케이시 미 육군 참모총장도 지난 7월 이 기지를 방문, 전쟁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또 육군은 전쟁 참전으로 인해 스트레스 등 고통을 겪는 미군이 급증함에 따라 이의 예방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계급과 병과에 상관없이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사병 및 간부들의 기본훈련과정에 포함시켜 시행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미군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기지에서 정신과 군의관으로 재직중이던 하산 소령에 의해 미군기지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가족 등의 증언을 토대로 그가 군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특히 조만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N은 하산 소령이 평소 거래했던 편의점 주인의 말을 인용, 동료 이슬람인들(fellow Muslims)과 싸워야 하는 이라크로 파병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보도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하산 소령이 약 6개월전 자살폭탄 테러 등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 올려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뉴욕 타임스(NYT)는 마이클 매카울 연방 하원의원(공화, 텍사스)의 말을 인용, 정보당국이 하산 소령이 외국의 정보기관 요원들과 협력해 일을 한적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면담을 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하산 소령의 숙모인 노엘 하산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사건 발생 이후 하산 소령이 이슬람 신도라는 이유로 놀림과 정신적 괴롭힘을 당했으며,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조기 전역을 희망해 왔다고 주장했다.
군 수사당국과 연방수사국(FBI)는 현재 하산 소령의 아파트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친인척 등에 대한 면담 등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하산 소령이 범행에 사용한 권총은 모두 군용이 아니라 민간용이며, 40여명의 사상자를 낼 정도로 많은 탄약이 사용된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군무원 및 군인가족 등 15만명이 평화롭게 거주하는 군사도시를 슬픔에 잠기게 한 가운데 장기화되는 양대전쟁의 후유증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를 미국사회에 숙제로 던져주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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