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은 무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의총 공개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참석한 의원들도 동의를 표시하면서 의총은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인사말을 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변했다.
그는 상임고문단과의 이날 오찬 내용을 소개하면서 "국민 걱정을 덜어주지 못하는 정치인의 소신은 뭐라고 말할 수 있느냐라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선거 때 무슨 약속을 했는지도 기억못할 텐데 지금부터라도 경제정책을 새롭게 만드는게 좋다'고 말했다"면서 "선거와 행정은 다른 것인지, 같은 것인지 등에 대해 평상시에도 고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 대표가 세종시와 관련된 얘기는 아니고, 자신이 10년 전에 신문에 쓴 이야기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듣기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를 연상시킬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후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이 `신상발언'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유 의원은 "유감스럽게도 정 대표는 어제 의총 모두와 말미, 오늘 모두 발언을 통해 중립에서 벗어나 좀 치우쳤다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전날 정 대표가 의총 말미에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세종시 회동 무산 과정을 설명한 뒤, "정 대표가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말한 것인데 무슨 다른 의도가 있으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죄송하지만 정 대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 관계를 아닌 걸 말해 오해 소지가 많았다"며 "당 대표로서 사실 관계가 아닌 얘기로 당이 분열되고 싸우는 듯한 일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순간 친이 의원들을 중심으로 웅성거림이 있었다. 유 의원이 지적이 과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묻어났다.
고흥길 의원은 아예 "대표, 정양석 비서실장을 통해 말씀하도록 하시고.."라는 말을 던진 뒤 화난 표정으로 의총장을 떠났다.
정 대표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곧바로 발언을 신청한 뒤 "중도라는 게 참 어렵다. 면도칼의 균형이랄까"라면서 "이중간첩이면 중도를 잘하겠지만, 천성이 간첩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회동 무산에 관한) 얘기가 다르다고 해서 어제 제가 한 이야기를 뽑아오라고 해서 보니까 제가 한 이야기와 유 의원이 이야기한 것과는 큰 차이가 없는 거 같다"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유 의원이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고 재반박하며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정 대표는 이어 박 전 대표의 지난해 10월 재보선 지원 여부와 관련해 자신이 과거 기자들에게 "마음 속으로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시지 않겠느냐"고 말한데 대해 박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 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내용이 다르게 나왔느냐'고 묻더라"고 전하면서 "당 후보가 잘 되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지 않겠느냐. 그럼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 사실과 맞는 건지"라며 박 전 대표의 언급을 에둘러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이계 핵심인 정태근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하겠다"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친박계인 조원진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 나도 할말이 많다"고 `맞대응'을 하면서 의총장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결국 안상수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주제와 다른 얘기가 나와 토론이 헝클어졌다. 이제부터 일체 신상 및 의사진행 발언은 받지 않겠다"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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