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장거리미사일 탑재용으로 무기화하는데 우라늄탄이 더 적합다는 분석도 나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원료핵물질, 쉽게 구한다 = 우선 원료 물질인 HEU(고농축우라늄)를 만드는 과정이 매우 간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라늄탄을 만들려면 천연 우라늄에 0.7% 정도 들어있는 U-235(원자량 235인 우라늄)을 90% 이상으로 농축시키는, HEU 제조 기술이 필요하다. 자연상태에서 99% 이상을 차지하는 U-238(원자량 238인 우라늄)은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아 무기나 발전용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U-235를 분리해 농축시키는 장치가 바로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다. 1분당 수만 번을 돌아가는 초고속 원심분리기 안에 우라늄 가스를 주입, 원심력과 무게의 차이를 이용해 U-235를 분리해낸다.
U-235를 2∼3% 정도로 농축한 LEU(저농축우라늄)는 경수로의 원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문제는 LEU를 원심분리기에 넣어 농축 과정을 반복하면 추가적인 기술이나 장비 없이도 HEU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원심분리기 설비를 갖추면 우라늄 농축의 목적이 경수로 가동인지, 아니면 핵무기 제조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주변에 건설 중인 경수로를 돌리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미 양국이 이번 원심분리기 공개로 발칵 뒤집힌 이유도 이런 의구심 때문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황일수 교수는 "우라늄을 저농축할 수 있으면 이를 반복해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데 문제가 없다"면서 "국제적으로 핵실험이 금지된 상황에서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이 훨씬 더 위협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플루토늄은 반드시 원자로의 핵분열 과정을 거쳐야 구할 수 있다.
정제 우랴늄으로 핵연료봉을 만들어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시키면, 그 과정에서 U-238이 중성자와 반응해 플루토늄으로 변하는데, 추가로 핵연료봉을 재처리해야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우라늄 농축시설, 탐지 어려워 = 우라늄 농축 시설은 비교적 좁은 공간에 들어갈 수 있고, 방사능 물질도 거의 배출하지 않아, 인공위성 같은 첨단 관측장비를 써도 탐지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우라늄탄 1개를 만드는데 필요한 HEU 20㎏ 정도는, 신형 원심분리기 2천 대를 완전 가동할 경우 6개월이면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원심분리기 설치에 필요한 공간이 대당 1㎡를 넘지 않는데다 지하 깊숙이 숨기면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비하면 플루토늄탄은 원료물질 추출 단계부터 외부 노출이 불가피하다. 핵연료봉 재처리 과정에서 멀리까지 날아가는 제논, 크립톤 등의 방사능물질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플루토늄탄은 또 무기화 이후 고성능폭약으로 폭발 실험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무기화된 플루토늄이 폭발을 일으키려면 고성능폭약의 폭발에 이어 급속한 연쇄압축 과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실제 실험을 통해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해 봐야 하는 것이다.
◇우라늄탄, 경량화에 유리? = 느린 압축으로도 폭발을 일으키는 우라늄탄은 그만큼 기폭장치도 간단하다.
원자폭탄이 되기 위한 임계질량(핵분열 유지 최소 질량)은 우라늄이 20㎏로, 플루토늄(10㎏ 이하)의 2배 이상인데, 장거리미사일에 핵폭탄을 탑재해 발사할 경우 우라늄탄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라늄탄의 경량화 부분에 대해서는 핵전문가들 사이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국내의 핵 전문가는 "무기 경량화 측면에서 우라늄탄이 플루토늄탄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일단 우라늄의 임계질량이 플루토늄보다 훨씬 높고, 미사일에 실을 때 기폭장치의 무게 차이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