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와인 전문가를 뽑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 올해 처음으로 ‘치즈 페어링 전문가’ 부문이 신설됐다. 소믈리에는 와인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와인과 치즈의 최상의 조화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는 주최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치즈 단백질에 있는 아미노산 메티오닌 성분은 간의 알코올 분해를 돕기에 숙취 예방에 좋다. 마그네슘이 많은 와인은 치즈의 철분 흡수를 도와줘 와인과 치즈는 더없이 훌륭한 조합을 이룬다.
와인과 치즈의 궁합이 잘 맞는 또 다른 이유는 치즈의 강한 맛이 와인의 떫은 맛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짠맛의 치즈일수록 시큼한 와인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와인만큼이나 치즈의 맛과 종류도 다양하기에 잘 맞는 궁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이 같은 음식 간 궁합을 남녀 간 결혼을 뜻하는 마리아주(Mariage)라 부른다. 사람도 천생연분을 만나면 더 빛나보이는 것처럼 와인과 치즈 역시 제 짝을 만나면 그 맛과 향이 더 살아난다. 와인의 맛과 향을 돋우는 치즈, 치즈의 풍미를 더 깊게 해주는 와인의 궁합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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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의 왕 ‘브리’는 가벼운 메를로 품종의 레드와인을 와인 안주로 가장 많이 먹는 브리치즈는 토마스 바통 리저브 생테밀리옹 같은 가벼운 메를로 품종의 레드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다. |
치즈는 우리가 흔히 먹는 낱장 형태의 노란색 슬라이스 치즈와 피자에 뿌려먹는 파마산 치즈 같은 가공치즈와 자연산치즈로 나뉜다. 자연산치즈는 단단한 정도에 따라 생치즈, 연성치즈, 준경성치즈, 경성치즈 등으로 분류한다.
와인 안주로 가장 많이 먹는 카망베르와 브리는 대표적인 연성치즈다. 나폴레옹이 즐겨 먹어 ‘나폴레옹의 연인’이라고도 불리는 카망베르와 ‘치즈의 왕’이라는 브리는 버터나 버섯, 견과류 맛이 느껴지며 식감이 부드러워 가벼운 메를로(Merlot) 품종의 레드와인과 잘 어울린다. 프랑스 보르도 남서부 지방, 특히 생테밀리옹에서 많이 생산되는 메를로 품종은 카베르네 쇼비뇽보다 포도알이 크고 산도와 탄닌이 비교적 낮아 달콤한 와인을 만들어낸다. 브리 치즈의 부드러움이 메를로 와인의 우아한 향과 풍부한 아로마를 잘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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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니아 향 강한 ‘퐁레베크’ 보르도 레드와인과 천생연분 껍질을 닦은 연성치즈 퐁 레베크는 코를 자극하는 암모니아 향이 강해 탄닌과 산도가 강한 샤토 보네 레드 같은 보르도 레드 와인과 잘 어우러진다. |
알프스 산악인들이 겨울식량으로 만들면서 유래한 경성치즈는 크기가 크고 노란색 껍질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 특징이다. 강렬한 향과 톡 쏘는 맛을 지닌 블루치즈를 비롯해 에멘탈, 콩테, 로크포르 등이 대표적이다.
강렬한 블루치즈에는 달달한 화이트 와인이나 디저트 와인을 마시면 강렬한 향이 중화된다. 과일이나 견과류 향이 풍부하게 나는 에멘탈이나 폴 에피는 드라이한 와인이 어울린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잘 녹는 페이스트의 특성에 맞춰 바디감이 높은 와인이 치즈 특유의 맛을 한층 강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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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쏘는 맛의 ‘블루 도베르뉴’ 달콤한 화이트 와인과 톡 쏘는 맛의 블루 도베르뉴 치즈는 카스텔노 드 쉬드르 같은 달콤한 화이트 와인과 마시면 강렬한 향이 중화된다. |
술도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부터 마셔야 하듯 여러 종류의 치즈를 함께 먹을 때는 연하고 순한 것부터 먹어야 각각의 치즈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냉장고에 보관했던 치즈를 꺼내 먹을 때에는 30∼40분 전에 미리 실온에 꺼내두면 본래의 향이 살아난다. 특히 브리 같은 연성치즈는 전자레인지에 5초씩 두세 차례 데워 약간 녹아내리듯 미지근하게 먹으면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향은 더욱 깊어진다. 꿀에 찍어 먹거나 빵에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블루치즈는 조각을 내서 샐러드에 넣거나 파스타, 스테이크 소스로도 많이 활용된다. 꿀이나 달콤한 과일과 먹으면 강렬한 향이 중화된다.
치즈는 일단 개봉하면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지만 경성치즈는 2∼3개월 보관할 수도 있다. 보관할 때는 유리나 나무 용기에 담아 반드시 포일이나 랩으로 밀봉해야 굳지 않고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도움말=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 프랑스 국립 낙농협회(CN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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