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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적은 선수 표적 '검은 유혹'

입력 : 2011-05-27 09:47:08 수정 : 2011-05-27 09: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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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 확산 그동안 설로만 심심찮게 나돌았던 프로축구계의 승부조작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그 무엇보다 공정한 승부를 전제로 하는 프로축구의 승부조작은 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정황만 짐작할 뿐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중·고교축구와 아마추어인 K3에서 승부조작이 가끔 있어 왔지만 프로축구에선 말만 무성했었다.

검찰이 26일 K-리그 광주 FC와 대전 시티즌 선수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국가대표 출신의 김동현(상주 상무)을 승부조작 혐의로 조사했다는 것은 언뜻 보면 일부에 국한돼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수도 있다. 

김동현은 20세 이하 대표와 올림픽대표를 거쳐 국가대표로 A매치 6경기에 출전해 골을 넣는 등 엘리트코스를 밟은 선수다.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검은 유혹’

승부조작 브로커들의 ‘검은 유혹’에 표적이 된 것은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선수들이었다. 과거 선수생활을 했던 브로커들은 선후배 간 의리를 내세워 거액의 돈벌이로 쓸 선수를 고르기가 어렵지 않았다. 

운동으로만 생계를 영위하는 프로선수들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전까지는 승부조작 연루자는 주로 연봉이 적은 하위리그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K리그에서 뛰는 국가대표급 선수까지 포함돼 충격이 작지 않다.

축구의 경우 점수가 적게 나고 경기 규정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어서 승부조작이 어렵지 않은 종목이다. 

더욱이 2006년 바다이야기 파문 이후 불법도박에 대한 단속의 풍선효과로 불법 스포츠 베팅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축구선수들에 대한 유혹의 손길이 거세지고 있다. 

목타는 단장들 프로축구 16개 구단 단장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승부조작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덕 기자
◆만만치 않은 승부조작 후유증


검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이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이 확산하면서 출범 29년 된 K리그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영문도 모른 채 승부조작에 관련된 팀을 열심히 응원한 축구팬들은 큰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프로축구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현실로 드러나자 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한마디로 초상집 분위기다. 연맹은 올 초 정몽규 신임 총재를 영입하며 350만명의 관중 동원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큰 차질이 빚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동안 프로구단들은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능성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다. 어떤 구단은 선수들의 컴퓨터를 조사해 불법 베팅사이트 접속 기록을 찾아 주의조치를 했고, 몇몇 구단에서는 브로커와 접촉이 확인된 선수들을 방출하는 선에서 매듭짓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쉬쉬했던 셈이다. K리그 16개 구단 단장은 26일에도 긴급대책회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방지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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