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최승원(39·사진) 교수는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물리적 폭력이 사라지면 폭력은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러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정신적 폭력’으로 진화한다”고 강조했다. 주먹이나 몽둥이로 일시적인 충격을 주는 방식에서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것.
최 교수는 특히 “정신적인 폭력은 폭언(욕설), 개인적 심부름, 회식 강요, 성희롱, 왕따(집단따돌림) 등 정서적 고통을 가할 수 있는 모든 비물리적 행위를 포함한다”면서 “물리적 폭력보다 지속기간이 길고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는 정신적 폭력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직문화의 일부로 기생하는 탓에 사람들이 이를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직 내에서 승진했다는 것은 조직문화를 받아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아랫사람들은 ‘내가 나선다고 해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순응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주변의 압박도 많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해법은 ‘소통’”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는 “정신적 폭력에 대한 자각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선 폭언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조직 내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할 말을 솔직하게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문 상담가가 회사 내에서 상주하면서 조직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등 ‘외부의 개입’을 조직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대전=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