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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리스社·지자체 ‘車 유령등록’ 꼼수

입력 : 2012-05-15 01:51:22 수정 : 2012-05-15 15: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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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체 車리스사… 세금은 싼 지방서 내고 영업은 서울서 지방세에 눈이 먼 지자체들이 자동차 리스회사들의 ‘유령 차량 사용본거지’ 등록에 일조하고 있다. 차량 사용본거지 소재 지자체에 귀속되는 자동차등록세를 챙기기 위해서다. 지자체들이 각종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제시하며 차량 사용본거지 유치전을 벌이면서 마찰음도 일고 있다. 국민 편의를 위해 주소지나 사용본거지에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나 차량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전국 무관할 자동차등록제’가 지자체와 리스회사들의 욕심 탓에 지방세 징수 왜곡현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스회사인 도요타파이낸셜코리아와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의 차량 사용본거지 주소로 돼 있는 경남 함양군청 전경.
◆함양군청이 리스 차량 사용본거지?


강남구 세무과 직원들은 지난 3월27∼28일 5개 리스회사의 차량 사용본거지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모두 가짜로 확인돼서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사용본거지로 돼 있는 경남 창원시 동암동 A대리점은 여러 가지 차종을 팔고 있었다. 이곳 직원은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와는 전혀 상관도 없고 지점도 아니다”고 말했다.

도요타파이낸셜코리아와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의 사정은 더 충격적이었다. 이들 리스회사의 차량 사용본거지 주소가 다름 아닌 경남 함양군청으로 돼 있었다. 강남구 세무과 직원은 “‘사용본거지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함양군 직원은 ‘없다’며 미안해했다”고 전했다.

오릭스캐피털의 사용본거지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상가 1304호는 잠겨 있었다. 이 상가 관리소장은 “원래부터 직원이나 물건은 없었고 주소만 돼 있다”고 강남구 직원에게 알렸다.

KT캐피털㈜은 부산에 있는 통신서비스업체 KT 사무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강남구는 “이곳은 직원도 있지만 자동차를 주로 보관·관리·이용하는 사용본거지는 결코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또 강남구가 지난 4월 중순 이들 리스회사의 본점을 세무조사하면서 대다수 지점이나 사업장도 종업원이 없고, 면적이 4∼14㎡로 도저히 지점으로 볼 수 없는 상태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 등록을 해준 관할 세무서가 조사에 나섰다.

◆자동차 리스사, 차량 등록비 줄이기 꼼수

이렇게 법을 어기면서까지 유령 사용본거지를 만드는 것은 지자체별로 차량가격 대비 채권매입비율이 달라서다. 채권은 차량 사용본거지 지자체를 기준으로 매입하기에 리스회사들은 서울보다 채권매입비율이 크게 낮은 지자체에 사용본거지를 두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

5개 리스회사는 이런 엉터리 사용본거지를 근거로 서울시의 도시철도채권(매입비율 차량가격의 20%) 대신 지역개발채권(〃 5∼6%)을 샀다. 그렇다면 리스회사가 본 이득은 얼마나 될까.

예컨대 1억원짜리 자동차를 등록할 때 서울시 도시철도채권(2000만원어치)을 사서 11% 할인을 받고 팔면 220만원을 지급한 셈이다. 그런데 창원시 지역개발채권(500만원어치)을 사서 11% 할인을 받고 팔면 55만원을 낸 것과 같다. 서울과 비교해 165만원의 비용이 덜 든다. 리스회사들이 엄청난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또 리스회사들이 사용본거지를 정상적으로 서울로 했다면 수천억원어치의 도시철도채권 매입이 이뤄져 최근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의 요금인상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강남구는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유령 사용본거지 관할 지자체는 지방세(시·도세)인 자동차취득세를 징수한다. 지자체들이 무리한 세입유치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강남구 소재 5개 리스회사가 지방의 지자체에 납부한 2011년도분 차량취득세는 1130억원이다. 최근 5년간 낸 차량취득세는 2029억원에 이른다. 서울에 본점을 둔 리스회사는 25개인 것으로 강남구는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남구에 11곳이 몰려 있는데 규모가 적은 6곳을 제외한 5곳 실태만 파악했다. 나머지 리스회사의 사용본거지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강남구 관계자는 “지방에 유령 사용본거지를 만든 리스회사들은 영업지역인 서울시에 지방세 납부나 채권 매입을 하지 않고, 대여한 차량의 운행으로 교통혼잡과 도로파손, 매연 분출과 같은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자체, 유령 차량 사용본거지 등록 일조

지자체들은 리스회사의 차량취득세를 손쉽게 가져가려고 서울 강남구청 앞에 출장소를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공무원 4∼5명씩 상주시키고 있다. 함안군은 지난해 9월, 인천시 계양구는 지난 3월19일, 함양군은 3월26일 각각 출장소를 냈다.

이곳에서는 리스회사의 차량등록에 필요한 서류작성 등을 돕고, 차량취득세 고지서를 발급하고 있다. 한 출장소 관계자는 “세원발굴 차원에서 사용본거지 유치나 출장소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지난달 차량취득세와 자동차세를 납부하는 법인에 납부금액 중 수천만원을 세수증대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되돌려줬다. 부산시와 KT캐피털㈜은 사용본거지 변경과 각종 지원을 담은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산시는 리스차량 전담창구를 개설하고, 자동차세·친환경부담금 납부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시는 교통 관련 범칙금 납부에 따른 업무처리를 지원하고, 연간 자동차세와 차량취득세 납부액의 0.5%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리스회사 차량에 대한 자동차 취득세율을 7%에서 5%로 내리는 특례 규정을 만들었다가 타 지자체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행정안전부가 중재했고, 제주도가 이를 수용하면서 리스회사 자동차의 취득세율 특례를 백지화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강남에 비싼 임대료를 내는 출장소를 만들어 직원까지 파견하고, 리스회사에 유령 사용본거지를 납세지로 신고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지방세 성실신고 방해 행위이자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20120514021578 단B/메인/이슈와 현장/이익에 눈이 가린 지자체·리스회사 행태 진단+표+사진 리스회사인 도요타파이낸셜코리아와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의 차량 사용본거지 주소로 돼 있는 경남 함양군청 전경. //img.segye.com/content/image/2012/05/14/20120514021578_0.jpg 2 9 09 6 1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515020089 리스社·지자체 ‘車 유령등록’ 꼼수 20120515013729 20120515014932 20120515014654 차량등록비를 줄이려는 리스회사들이 세수 확보에 혈안인 지방자치단체와 결탁, 지방에 리스차량 유령 사용본거지를 만드는 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강남에서 영업 중인 5개 대형 리스회사는 이를 통해 수백억원을 빼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행정안전부와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전국 어디에서나 차량등록을 할 수 있는 ‘전국 무관할 자동차등록제’가 2010년 12월 도입된 이후 리스회사들은 지방에 가짜 사용본거지를 만들어 취득세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사용본거지란 리스회사가 차량을 보관·관리하는 곳으로 차량등록 때 사용본거지가 있는 곳에서 채권을 사도록 돼있다. 차량가격 대비 채권 매입비율이 서울 20%(도시철도채권), 인천 6%(지역개발채권), 경남 5%(〃) 등 지자체별로 차이가 크다. 고가의 수입차를 사들여 대여하는 리스사는 채권매입비율이 낮은 지방에 사용본거지를 두면 이익을 보게 된다. 서울 강남구가 지난 3월 현장을 조사한 결과 오릭스캐피털,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KT캐피털㈜, 도요타파이낸셜코리아,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 등 5개 리스사의 사용본거지가 지방에 거짓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찬준 기자 20120514023083 [이슈&현장] 강남구 “리스社 조세형평 위배” 대책은? 20120514221312 20120515013749 20120515013445 서울시 세인 차량취득세를 징수하는 자치구는 3%의 징수교부금을 받는다. 또 궁극적으로는 서울시 차량취득세의 50%는 각 자치구에 내려가는 교부금 재원으로 쓰인다.따라서 리스차량의 차량취득세 납부가 유령 사용본거지가 아닌 리스이용자 주소지 기준으로 이뤄진다면 서울시는 수천억원의 세입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채권매각 증가로 수천억원의 자금조달이 추가로 가능하다. 각 자치구들도 매년 수십∼수백억원의 세입이 늘 것으로 추정된다.강남구는 앞으로 이들 리스회사가 유령 사용본거지 관할 지자체가 아닌 서울시를 기준으로 채권을 매입하거나 차량취득세를 납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남구는 최근 관내 리스회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앞으로는 정당하게 자동차등록과 차량취득세를 강남구에 납부하도록 했다.강남구는 이들 리스회사가 서울시에 납부해야 할 차량취득세를 타 지자체에 낸 수천억원에 대해 최근 서울시에 추징 여부를 질의한 상태다. 서울시는 추징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강남구는 또 서울시의 많은 법인과 개인 차량구매자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차량취득세를 내고 도시철도채권을 매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회사들의 행태는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리스회사 차량이 주로 운행하는 지역의 지자체는 도로 복구유지, 환경 공해방지 등에 사용되는 재원을 부담한다. 차량취득세는 이런 지자체에 귀속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게 강남구의 판단이다. 그래서 강남구는 리스차량 이용자의 ‘주소지’를 납세지로 하는 방안을 지방세법 개정안으로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강남구 관계자는 “청사를 리스회사의 자동차 유령 사용본거지로 제공하는 등 양심불량 지자체가 막대한 지방세를 챙기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엉뚱한 곳을 배 불리는 리스회사 차량취득세 문제로 인한 지자체 간 마찰과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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