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형사과에 들어가 밤 사이 발생한 사건이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는 퉁명스런 짧은 대답뿐이었다. 그 순간 당황했고 무안하기도 했다. 몇 개의 질문을 더했지만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다른 경찰서로 이동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지만, 우산을 써야겠다는 정신적인 여유조차 없었다. 선배에게 정해진 시간까지 취재한 내용을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서는 내게 관대한 곳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기자라며 인사를 하고 사건에 대해 물었을 때 순순히 말해주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결국, 첫날 밤 내가 성공한 취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선배는 경찰서 내에도 많은 부서가 있는데 일부 부서에서만 취재를 한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경찰의 업무가 이토록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름만 보고는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조차 안 되는 부서도 많았다. 망설임 끝에 해당 부서에 찾아가 담당 업무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경찰은 내가 ‘수습‘기자인 것을 알았는지 친절히 설명해줬다. 부서에 대한 이해가 되자 비로소 취재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조금씩 감이 잡혔다.
수습 3일 차, 평균 수면시간은 1시간 안팎에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지만, 취재에 성공했을 때에는 희열을 느낀다.
고작 3일이지만, 내게는 3년 같은 시간이었다. 힘들지만, 새싹이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듯, 지금의 경험들은 내가 앞으로 훌륭한 기자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겨낼 것이라 다짐한다.
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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