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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3일간의 기록] ⑩ 수습 3일의 무게, 끝까지 가져갈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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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09 10:42:25 수정 : 2014-09-16 16: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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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디를 맞았대? 오른쪽? 왼쪽?”

취재를 하면 할수록 압박은 세졌고 확인해야 할 부분은 많아졌다. 일진 선배의 예고 없는 질문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나는 그 이상을 취재해야 했다. 선배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때는 안도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하리코미(잠복근무·수습기간 경찰서 기자실에 먹고 자면서 취재하는 일)’ 첫날, 쏟아지는 장대비는 수습기자 3일의 예고편이었다.

마포라인에 배정되어 서대문 경찰서에 짐을 풀었다. 경찰서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긴장됐다. 지나칠 때마다 ‘철컥’하고 문 잠기는 소리, 들어간 뒤 경찰이 열어주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문에 죄라도 진 듯 가슴이 옥죄었다. 한편으론 다양한 사람들이 뒤엉켜 있는 경찰서가 어렵겠지만 겨뤄볼 만한 승부가 펼쳐지는 무대 같기도 했다.

첫날 찾아간 지구대에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스릴 넘치는 경험을 했다. 지구대로 밀려들어 오는 신고에도 특별한 일이 없다는 담당자의 말만 믿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구대에 실시간으로 울려 퍼지는 신고와 제보를 귀동냥으로 들었다. 경찰서 구석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척 메모를 시작했다.

취재를 했으니 선배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비였다. 비를 피하기 위해선 경찰관들과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둔 채로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 중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경찰관들이 나를 향해 화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보고를 끝내고 서둘러 가방을 급하게 챙기던 내 등 뒤로 경찰관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빼 가면 곤란하다”며 “기사화되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란 직업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무게는 3일 동안 나를 짓눌렀다. 내가 취재한 내용만으로 완성된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조차 없었던 나에게 그 후 취재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연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전이었다. ‘과연 내게 기자의 자질이 있나’,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힘들지만 이 모든 과정들이 결국 좋은 기자가 되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수습기간 중 3일이 지났을 뿐이고 나는 아직 젊다.

“힘내자 종진아.” 나에게 외친다.

박종진 기자 tru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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