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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카톡 사찰?"…'사이버 막걸리 보안법' 부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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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4 06:00:00 수정 : 2014-10-04 0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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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나선 배경 싸고 의혹 한때 ‘막걸리 보안법’이란 게 있었다. 막걸리 한잔 걸치고 ‘나라님’ 한번 욕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끌려가던 세태를 풍자한 말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 말이 최근 ‘사이버 막걸리 보안법’으로 부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이 메신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상의 명예훼손 발언을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검찰은 “허위사실을 퍼뜨린 경우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사찰하는 것 아니냐”며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 수사 배경 두고 의문

일부에서는 검찰이 갑작스럽게 수사에 나선 배경을 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한 것이 배경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대통령 발언 직후인 지난달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더니,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이 팀에는 검사를 5명이나 투입하겠다는 사이버 범죄대책을 발표했다. 누가 봐도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비방발언을 수사하라”는 청와대 ‘하명수사’를 맡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검찰은 “허위 사실 유포를 안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검찰이 명예훼손죄 등을 카카오톡에 적용해 옛날의 ‘국가원수모독죄’를 사실상 되살리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1975년 형법 제104조의 2에 들어간 규정인데, 구성 요건이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할 때”라고 돼 있다. 이 조항은 민주화가 진행된 1988년 폐지됐다.

◆‘공연성’ 인정 여부가 처벌기준

그렇다면 어떤 발언이나 행동을 했을 때 처벌받을까? 우리나라 법은 사실이든 거짓이든 ‘공공연히’ 발언했을 경우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공연성에 대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하는 발언은 빨리 퍼지기 때문에 법원에서 공연성이 있는 발언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톡상의 개인 프로필도 여러 사람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공연성이 인정된다.

판결문을 보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김씨 성의 사람을 두고 ‘김생쥐’라고 비하했다는 이유로 처벌한 사례가 있다. 피고인 측은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법원은 “누군지 알 수 있다”며 처벌했다. ‘김철수’란 인물을 ‘김철쑤’라고 지칭하며 비방글을 올린 데 대해서도 처벌했다. 피고인 측은 “누군가를 특정한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법원은 “발음이 비슷해 그 인물이 누구인지 금방 떠오른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무소불위 기소권, 죄인 양산할 수 있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법리는 법원이 수십년 넘게 개발해왔고 적용 사례가 풍부하게 축적돼 카카오톡상 발언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국민이 떨고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검찰만이 갖고 있는 무소불위의 ‘기소권’(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한)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대 여성이 한 심리치료센터에서 일했지만 월급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지난해 퇴사했다. 이 여성은 카카오톡 프로필에 ‘원장님 월급 넣어주세요’, ‘돈내놔’라는 글을 올렸다. 오죽 화가 났으면 그랬을까 하고 넘어갈 법한 일이지만 검찰은 이 여성을 놔두지 않았다. 검찰은 해당 여성의 행위가 ‘죄가 된다’고 판단하고 수사한 뒤 기소했다. 적용 법조는 형법 307조 1항. 다행히 법원이 선고유예(죄가 경미할 때 형 선고를 유예하는 제도)를 내려 이 여성은 큰 처벌을 피했지만 검찰의 ‘일처리 방식’을 읽어볼 수 있는 사건이다.

또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에 관한 법규는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같은 특별법에 흩어져 있다. 각각의 구성요건과 처벌방식, 판례가 조금씩 다른데 검찰은 이를 적용해 얼마든지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실제 처벌 사례를 보면 비슷한 사건인데도 적용 법규가 제각각이다. 검찰 ‘입맛’에 맞게 죄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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