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자금·안성쉼터·개인계좌…윤미향은 '기억 못 했다'

잇단 말바꾸기로 논란 가열 / 경매로 산 아파트 현금출처 오락가락 / 尹 “2012년 일이라 다 기억 못해” / 딸 유학자금 출처 해명도 달라져 / 쉼터 고가매입·헐값매각 의문 커져 / 조의금 등 개인계좌로 받아 도마에 / 사용내역 투명하게 공개된 적 없어

“성금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등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전반에 쓰여왔고 모든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7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정의연 전 이사장)을 겨냥한 폭탄선언을 한 날 정의연 측이 내놓은 해명 중 일부다. 이 할머니가 당시 “(정의연에) 현금 들어오는 거 알지도 못하지만, 성금·기금 등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비판하자 “오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의연 측의 얘기와 달리 국고보조금을 비롯해 시민들의 기부금과 성금 등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였는지 의심스러운 사례가 속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경기 안성에 마련한 ‘쉼터’의 고가 매입 및 헐값 매각 논란을 비롯해 각종 의혹에 대한 윤 당선인 등 정의연 측의 석연찮은 해명이 사태를 더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에게 쏟아지는 의혹, 해명 번복하며 논란 더 확산

19일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의 L아파트를 2012년 3월29일 법원 경매로 낙찰받았고, 기존에 살던 영통구 매탄동 H아파트는 2013년 1월7일 팔렸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전날 “전에 살던 아파트를 판 돈으로 경매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적금·예금 등 1억5400만원과 가족에게 빌린 4000만원, 기존 개인 예금 3150만원으로 구입했다”며 “2012년의 일이라 다 기억하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윤 당선인이 딸의 미국 유학자금 출처에 대해 한 해명도 논란거리다. 그의 딸은 2016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한 음악학교에 학비 장학금을 받고 다니다 2018년에 캘리포니아주 유명대학의 음악대학원에 진학했다. 윤 당선인은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학을 (딸이) 찾아갔다”고 설명했지만 생활비 등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재심 끝에 간첩혐의 무죄 판단을 받은 남편이 국가로부터 받은 형사배상금을 딸 유학비용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윤 당선인의 남편은 1994년 ‘남매간첩단’ 사건으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으나, 2017년 5월 대법원 재심에서 일부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8년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 2억7900만원 중 1억여원을 딸 유학비로 지원했다는 것이나 시점이 딸이 음악대학원으로 진학한 2018년 이후여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안성 쉼터 고가 매입 및 회계 부정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19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게시판에 휴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제원 기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식 조의금을 윤 당선인 개인계좌로 받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시민장례위원’을 모집한다며 공개한 계좌는 지금까지 금액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된 바 없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 측은 “조의금을 받기 위한 상주(喪主) 계좌를 공개한 것”이라면서 “남은 금액은 고인의 뜻에 따라 썼다”며 문제 없다고 한 바 있다. 이에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는 “차명 거래라도 투명하게 집행하면 문제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19일 오후 경기 안성시 금광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굳게 닫혀있다. 뉴시스

◆안성 쉼터 논란도 해명 후 꼬리 물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경기 안성의 쉼터도 연일 입길에 오르고 있다. 매입가 부풀리기 의혹과 헐값 매각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의연은 안성시 금광면의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2013년 9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지정기부금 10억원 중 7억5000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여기에 인테리어 공사비용이 1억원가량 들었다. 하지만 당시 주변 시세보다 배 이상 비싸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렇게 사들인 쉼터를 정대협은 지난달 23일 4억2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쉼터 부지를 소개한 사람은 윤 당선인 부부와 친분이 두터웠던 같은 당 이규민(경기 안성시) 당선인이었다. 윤 당선자와 정의연은 “시세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매입·매도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안성의 외진 산골이 과연 80∼90대 할머니들이 방문할 수 있는 쉼터로 적절했는지와 운영이 설립 취지에 맞게 이뤄졌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정의연은 “3곳의 최종 후보지 중 절차에 따라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안성 쉼터는 가장 거리가 멀고, 비싼 장소였다. 아울러 정대협은 최근 “당시 마포 인근에 가격에 맞는 부지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연은 이날 경기도 안성 쉼터 회계평가 등급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낙제점을 받은 것에 대해 “중간평가 결과 회계 처리 부분의 미숙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수원=오상도 기자, 이강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