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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위기의 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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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6 23:05:25 수정 : 2025-04-06 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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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헌혈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건 1974년 대한적십자사가 ‘세계 헌혈의 해’를 계기로 매혈(賣血) 추방 범 국민캠페인을 전개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 탓에 헌혈이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진 헌혈에 대한 의식이 희박해 대부분 수혈용 혈액은 돈을 지급하는 매혈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1955년 문을 연 서울 백병원 혈액은행 앞에는 피를 팔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당시 신문은 전한다.

우리나라는 1989년 연간 헌혈자 100만명 달성 이후 6년 만인 1995년 200만명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헌혈 운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2008년 230만명, 2010년 260만명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지 않고 혈액을 자급자족하기 위한 필요 헌혈자 수인 300만명을 넘어서는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헌혈 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출 자제로 개인 헌혈이 줄고, 기업이나 군부대의 단체 헌혈 행사가 취소돼 그해 헌혈자가 128만여명으로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헌혈자 수가 200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한적십자사와 통계청에 따르면 헌혈에 한 차례 이상 참여한 ‘실인원’이 2022년 132만7587명에서 2023년 130만774명, 2024년 126만4525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25.4%나 준 것이다. 헌혈가능인구(만 16~69세) 대비 국민 헌혈률도 3.27%에 그쳤다. 저출생으로 10∼20대 인구가 줄어든 데다 헌혈을 포함한 개인 봉사활동 실적이 대학입시에 반영되지 않도록 제도가 바뀐 영향도 있다고 한다.

헌혈 감소가 장기화되면 급성 백혈병, 암 등 난치병 환자 치료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지금도 1분에 3.4명, 1시간 203명, 하루 4881명이 애타게 수혈을 기다리고 있다. 중환자에게 주어지는 피는 생명수나 다름없다. 인공혈액 개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내 이웃 내 가족을 위하는 일에 헌혈만한 것이 없다. 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헌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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