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희망 없다고 생각하거나 관계 유지를 위해 불륜 저지르기도
연인·배우자에 복수하기 위해서나 상처 주기 싫어서 불륜 선택하기도
작년 3월 한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한때 불륜이 포탈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했었다.
그 드라마에서 불륜의 당사자였던 남자 주인공은 “내가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거야”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를 통해 주부들에게 고구마 100만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과 울분을 선사(?)했다.
현대 사회가 전보다 성적인 면에서 많이 개방적으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서받지 못할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치부된다. ‘대놓고’ 불륜을 저지르는 남녀는 거의 없으며, 들통나면 ‘남편이나 아내를 배신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대부분 사회적인 ‘매장’을 당한다.
위 드라마의 인기에서 알 수 있듯 불륜을 저지르는 이들은 과연 어떤 심리인지 궁금함을 낳는다. 결혼이라는 약속을 맺은 상대를 배신하는 것이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륜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만뒀다손 치더라도 왜 반복하게 되는 걸까?
하이닥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버밍엄대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조슈아 클라포우(Joshua Klapow) 박사는 “바람을 피우는 행위는 단지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니다”라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의 심리적 패턴은 매우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클라포우 박사에 따르면 불륜을 저지르는 이는 보통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갈등 해결을 무서워한다. 갈등이 생기면 적극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피하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연인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불륜을 통해 ‘현실 도피’를 한다는 것이다.
또 바람을 피우는 이들은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둘 사이의 관계에서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이나 생활방식 등의 이유로 관계를 그만두지 못할 때 바람을 피우곤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륜 대상에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탓이다. 이 역시 현실 도피와 관련이 크다.
이와 함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바람을 피우는 유형도 있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사랑하고 그 관계를 아끼고 좋아하지만, 상대가 주지 못하는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심리를 가진 이는 바람을 지속해서 피우지는 않지만, 불륜을 정당화한다고 클라포우 박사는 설명한다.
이 밖에도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바람을 피운다’거나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바람을 피운다’는 심리도 공존한다는 것이 클라포우 박사의 전언이다.
아울러 바람 피우는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기 합리화를 한다. 분명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나 ‘나는 잘못이 없다’라거나, ‘그다지 큰일이 아니다’라는 등의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륜을 저지르는 이들 대부분은 자기 방어적인 심리를 보인다.
클라포우 박사는 “심리학자들은 수년간 이러한 패턴을 연구해왔고, 갈등 회피, 수치심과 같은 특정한 패턴을 발견했다”며 “바람을 피우는 행동은 단순한 흑백논리로 설명이 될 수 없으며, 좀 더 복잡한 무엇인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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