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머물렀던 독일의 수도 베를린(Berlin)을 떠나 독일의 서남쪽의 도시 자브뤼켄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곳에 위치한 음악대학교를 다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브뤼켄은 독일의 서쪽 Saarland의 주도(主都)로써 프랑크푸르트에서 ICE(초고속열차)로 2시간30분, 프랑스 파리에서 1시간 50분 거리에 위치한 도시이다. 거리상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역으로 문화, 정치적으로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2차 세계대전 독일의 패전 이후에 프랑스의 보호령이 내려진 바 있으며 이곳 주민들의 대부분이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자브뤼켄에는 서울의 한강과 마찬가지로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 강의 이름이 바로 자르(Saar)강이다. 이 곳의 명칭은 자르강의 자르와 독일어로 ‘다리’라는 뜻의 복수형 브뤼켄(Bruecken)으로 ‘자르의 다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곳 주민들의 생활은 이 자르(Saar)강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상업중심의 신(新)도시와 남으로는 옛 문화를 간직한 구(舊)도시로 형성돼있다. 접경지역인 만큼 다른 나라와의 문화교류도 활발한 편인데 프랑스뿐만 아니라 버스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룩셈부르크와도 음악, 미술, 문학 분야의 젊고 유명한 예술가들이 활발한 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지휘자인 정명훈 씨도 1984년 자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로 활동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도시 자브뤼켄이 마음에 든다. 자브뤼켄 시내에는 예쁘고 개성강한 까페들이 모여있는 광장이 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면 까페들마다 문밖에 테이블과 의자들을 놓고 노천까페로 변신한다. 이 까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내가 마치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햅번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또한 자르강변에 형성돼 있는 산책로는 우거진 나무들과 예쁘게 정돈된 꽃밭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독일동북부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영화에서나 보던 낭만이 살아있는 곳이기에 사람들의 생활도 여유롭고 자유로워 보인다. 그래서 내게 자브뤼켄은 독일의 작은 파리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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