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아시아판 최신호(9일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우울한 청와대(Lee’s Blue House Blues)’라는 커버스토리에서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싣고 한국의 국정난맥 상황을 진단했다.
타임은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기록한 이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에 수만명의 시위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떨어졌다”며 “이미 ‘이명박 불패’의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집회 시위대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한다”며 “이는 바로 어린 자녀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고기 협상안 수정이 식품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의 걱정과 공포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현재 시위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 이상의 문화적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며 “한국에선 시위가 의미 있는 변화의 시발점이었던 문화적 전통과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내가 다른 사람이나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내 지도력이 매우 편향되고 독선적이라는 비판도 듣는다”면서 “앞으로 더 많이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털어놨다.
타임지는 “보수적 시장경제론자인 이 대통령이 합의 추구론자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그가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지시와 명령에 익숙한 지도력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타임지는 “군부 권위주의가 정치권을 호령하고 문어발식 재벌이 경제를 장악하던 시대가 ‘이명박’을 만들어 낸 세계”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미 까다로운 민주주의 체제로 성장해 있어 이런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고 타임은 진단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조차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수많은 비정부기구(NGO)와 이념 정당 등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타임지는 아시아지역 전체에서 권위주의적·가부장적 정권의 시대가 가고 때로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흐름이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지지도 하락에 놀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타임지는 특히 이 대통령이 취임 당시 ‘7% 경제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공약 등 국민 기대를 너무 높여 시위를 키우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국을 통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국제 경제 상황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는 결과를 즉각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를 뽑아 준 국민이 원하는 것만큼 빨리 변화의 결과를 볼 수 없다는 데 실망하는 상황도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 끝에 “현재 (대통령직을) 즐기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사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내년에 다시 같은 질문을 해 달라”고 말했다.
안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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