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파업 5년 후. 2008년 물류시장은 똑 같은 원인과 환경으로 또 한번의 홍역을 치르며,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번에 내놓은 정책적 대안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허점투성이라고 지적한다.
2008년 6월 13일 화물연대 동시 파업은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파업은 2003년 파업 이후 매년 연례행사처럼 시장을 위협했던 만큼 5년 전과 똑같이 화물운전자들의‘생존권 문제’인 생계형 파업이라는 지적이다. 2003년 파업은 화물운송 다단계라는 전근대적 물류시스템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유가보조금 등 수익보전 성과를 얻어냈으며, 5년 지난 오늘 역시 운임 인상 이외에는 특별한 변화 없이 여전히 향후 생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숙제를 남겨놓고 있다.
본지는 2003년 최초 화물연대 파업 이후 국내육상화물운송시장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또 이와 같은 정책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개선했으며, 어떤 허점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와 함께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되돌아 보았다. <편집자 주>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의 표어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였다. 과연 이들이 주장하는 세상은 바꿔 졌을까? 정답은‘아니다’다. 2003년 파업 당시 화물연대에서 요구한 항목을 살펴보면 △도로비 인하 △경유가 인하 △지입제도와 다단계 알선제 폐지 등을 기본 조건으로 요구했다. 2008년 6월 파업 때와 거의 유사한 요구사항이다.
육상운송 전문가는 “2003년 파업 때도 지금과 같이 단순한 운임인상 문제만은 아니였다”고 말했다. 당시 핵심 요구사항은 다단계 알선 근절과 고속도로 휴게소 개선, 노정협의 기구 구성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이중 다단계 알선 근절은 그 연결고리가 다양한 이익단체와 묶여있어 이번 파업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한 경유세 인하, 통행료 인하도 여타 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개선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면 2003년 물류대란 이후 2008년 재현된 파업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내놓은 물류관련 정책과 성과를 알아보고, 무슨 허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정부는 지난 2003년 파업이후 제일 먼저 내놓은 정책은 2004년 1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운법)을 고시 4월에 개정, 시장의 차량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법개정과 불법차량 증차, 공 번호판의 불법 거래 등을 막기 위해 정책이었다.
하지만 수출입 화물시장은 경기 회복이 이루어 지지 못하면서 차량수급에 비해 공급이 많아 균형이 못 이뤘다. 반면 차량증차가 금지되면서 국내 택배시장은 물량증가로 차량수급이 안돼 불법 자가용운송이 우체국택배를 필두로 전체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 현재까지도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2004년 화운법 개정은 파업의 원인이었던 차량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수요조절을 전혀 하지 못하고, 법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이 난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화운법 개정은 정부 정책과 물류현장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줬으며, 물류시장이 차량 수급의 불균형으로 계속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현재까지도 2만여대의 차량이 과잉 공급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편 2008년 파업에서도 정부는 첫번째 대안으로 화물운송시장 과잉공급을 조기에 해소하고 적정한 운임 형성을 위해 화물차의 감차를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화물자동차의 영업권과 차량을 정부에서 구매해 과잉 공급된 화물차 수를 단기간 내 줄이기 위해 금년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책도 시장의 싸늘한 외면을 받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현 시장에 과잉 공급된 화물차는 5톤 이상의 대형차량이지만, 이들 차량을 정부가 구매하자 마자 1톤 ~ 5톤 차량이 운수회사를 바꾸면서 대형차량 번호판으로 바꿔 달 수 있는 허점이 있는 만큼 1천억원의 정부예산을 쏟아 부어 봤자 결과는 여전히 2만여대의 과잉공급이 재현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다음으로 정부는 영세한 물류사업자들의 규모를 키우겠다며 야심적으로 내놓은 정책이 바로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다. 이 제도 역시 2008년 물류대란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이 DHL같은 글로벌 물류회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2004년 당시 이 정책은‘대기업 특혜 시비’에 휘말리며, 영세 물류업체와 다양한 물류주체들은 시장을 죽이는 정책이라는 반발 때문에 결국 대대적인 정부 홍보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체 지금까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해 있다.
종물업인증제도의 가장 큰 이슈는 종물업체에게 물류 아웃소싱을 할 경우 법인세 인하에 따른 환급 혜택으로 결국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다단계 주선을 줄이고,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화물운송가맹점사업에 대한 정책도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화물운송가맹점 사업은 화주와 화물주선사, 차주가 가맹점 사업자가 갖추고 있는 물류정보망에 모두 들어와 물류거래를 투명하게 하면서 다단계의 폐단을 줄이는 정책적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 역시 정부 정책을 만들었을 뿐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없이 졸속으로 만든 후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국면을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지난 4월 10일 우수 화물운수업체 인증제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인증제는 기업이 고유 업무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할 서비스의 품질을 평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물류현장에서 기업들은 "종물업 인증제도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어 정부 정책 자체의 회의감이 들고 있는데, 우수화물운수업체 인증제를 또 다시 시행하면서 물류기업들의 수고만 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이후 정부는 왜곡된 육상화물운송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법 개정에 나섰다. 파업이후 정부 정책이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할 운전자들은 없을 것이다. 운임이 인상됐고, 제도도 개선됐으며, 화물차 운전자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도 분명히 달라졌다.
정부는 국가물류개선대책, 전문 물류기업 육성대책에 이어 화운법을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 것을 허가제로 전환했으며, 일부 특수차량을 제외하고 5년째 신규공급을 동결하고 화물운송종사자격제도 시행, 국가물류기본계획의 수정,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시행, 물류전문인력양성, 물류전문대학원 지원 등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펴 왔다.
특히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 종합물류업인증 센터, 물류기술개발센터, 국가통합물류정보센터(예정) 등의 운영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화물운송 시장의 안정과 3자 물류의 활성화, 정보와 기술개발, 물류표준화 등 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물류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탁상 행정으로 정책과 법의 허점이 시장의 불평등으로 나타나 생계를 위협 받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다양한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으며, 제도 자체도 파업 그 때만 일 뿐 사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제도와 정부정책에서 물류현장과 눈높이를 맞춰 현장에서 모두가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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