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미황사 120년 원(願) 풀었다

입력 : 2008-10-08 17:32:59 수정 : 2008-10-08 17:32:5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중창불사 120년 걸려 완성...18일 작은음악회도 열려  
보물 1342호 '괘불탱화' 앞에서 열리고 있는 2006 작은 음악회.


 땅끝마을 해남 미황사는 오묘한 형태의 달마산, 넉넉하고 아름다운 전각들이 보는 이들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템플스테이도  전국 사찰 중에서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미황사(주지 금강 스님)가 오는 18일 오후1시 사찰 경내에서 ‘제9회 괘불재와 작은 음악회’를 마련한다. 해남 명산 달마산을 배경으로 불교의 다양한 예술을 감상하노라면 마음 속 찌든 때가 절로 씻기어질듯 하다. 특히 올해는 이 사찰 천년의 꿈이자, 120년의 원(願)이던 중창 불사를 마치고 갖는 행사여서 감회가 더욱 깊다.

 미황사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887년 중창불사의 불이 지펴지려듯 했다. 그러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주 길에 나선 중창불사군고단(풍물패) 40여 명을 태운 배가 청산도 앞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침몰하면서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미황사는 폐사의 나락에 떨어졌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후 현공(현 미황사 회주) 스님이 흉가가 된 미황사에 주지로 부임하면서 20년간 노력을 기울인 끝에 후임인 금강 스님과 함께 전각을 짓고, 문화재를 조사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대규모 중창불사를 마무리 짓고 회향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황사 괘불재에서 신도들이 공양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미황사는 어린이를 위한 한문학당 24회, 참선수행프로그램 28회, 템플스테이 매년 4000여 명, 괘불재와 작은음악회 9회, 해남어르신 노래자랑 5회 등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산중사찰의 모델을 창조해 내면서 눈부실 정도로 발전했다. 그동안 미황사가 발행한 책자만도 대웅전 실측조사서, 응진당 수리보고서, 부도전 실측조사서, 대웅전 단청문양보고서, 수행흔적(참사람의 향기 글모음) 등 5권에 이른다. 괘불재는 미황사가 자랑하는 높이 12m의 대형 부처님 그림인 ‘미황사괘불탱화’(1727년 조성, 보물 제1324호)를 일반에 공개하는 자리. 이제 미황사는 찾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꿈의 수행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오전11시 마을 청년 20명이 괘불(큰 부처님)을 마당에 모시는 것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친견만해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괘불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오후1시에는 대중 각자가 집에서 준비해 온 만물을 부처님께 올리는 ‘만물공양’이 진행된다. 어떤 이는 햅쌀이나 콩, 호박 등 먹을거리를 올리고, 어떤이는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나 가족사진도 올린다.

 
2007년 제8회 괘불재와 작은음악회에서 조계종의 간화선의 큰 스승 고우 스님이 법단에 올라가 법문을 들려주고 있다.
 

오후1시30분 ‘소리공양’에는 각 마을에서 풍물패들과 판소리북 고수들이 100여 개의 북을 들고 나와 우렁찬 소리를 내는 것이다. 100개의 합북이 쏟아내는 소리공양은 장관이다.

 이어 오후2시에는 큰 스님을 법단에 모셔 깨달음의 법문을 듣는다. 오후3시는 한솥밥 나눔의 자리가 열린다. 절에서 준비한 여러가지 차(茶)와 마을에서 준비한 20여 가지 떡을 참가자들이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이 시간에 도시와 농촌에서 온 참석자들은 각자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나눠 갖기도 한다.

 오후6시에는 ‘만등공양’이 시작된다. 각자의 소원이 담긴 작은 등불을 하나씩 켜며 어스름한 산사를 밝히는 것이다. 공부하는 이는 지혜의 등을, 병든이는 쾌유의 등을 밝힐 것이다. 국운융성의 등도, 미운 이를 위한 용서의 등도 함께 밝혀지리라.

 만등공양과 함께 드디어 기다리던 ‘작은 은악회’가 시작된다.

 작은음악회는 영혼을 울리는 ‘인도음악’을 선두로 고즈넉한 산사의 가을밤을 달굴 예정이다. 인도 뿌나대 교수 등 이 대학 출신 연주가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이어 김경윤 시인이 나와 ‘중창불사서시’를 낭송하고, 인도음악가인 노래꾼 박양희는 ‘여는 노래’를 부른다. 산사의 흥취가 무르익을 무렵 소리꾼 이병채가 무대에 올라 판소리를 구성지게 불러댄다.

 심진 스님의 ‘산사의 노래’, 청산도 사람들의 ‘청산도 바닷노래’, 소리꾼 정기열의 ‘남도소리’가 잇따라 울려퍼지면 산사의 감흥은 절정에 달한다.

 미황사군고단, 춤꾼 문영숙, 소리꾼 박동매·박종숙이 어우러져 한바탕 ‘미황사 군고 청산에서 돌아오다’를 무대에 펼쳐보인 뒤, 참석자들이 다함께 ‘강강술래’를 힘차게 합창하면 공기 맑고, 인심 좋은 땅끝마을의 밤은 깊어만 간다.

 이어 주지 스님이 발원문을 낭독하면 미황사는 다시 성성적적에 잠기고, 마음이 한층 밝아진 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오묘하고 아름다운 달마산 아래 자리잡은 미황사 경내에서 풍물패가 흥겨운 우리가락을 뽑아내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