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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삶]농기계 수리 30년 장익수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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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0-08 20:41:20 수정 : 2008-10-08 20: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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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엔 ‘농기계 의사’… 10만대 넘게 손봐

명장은 전국서 5명뿐… 기기개발 의장등록도
◇울산 유일의 농기계 수리 명장인 울산시 울주군 온양농협의 장익수 과장이 고장난 경운기를 수리하고 있다.
울산시 온양농협 장익수(54) 과장은 들판에서 들려오는 농기계 소리만 들어도 바로 고장 유무를 알 수 있다. 30여년간 농기계 수리를 하며 터득한 노하우 덕분이다. 온양농협에서 장 과장이 수리한 경운기와 콤바인, 바인더 등 각종 농기계는 10만여대나 된다. 장 과장이 손을 대 고치지 못한 농기계는 아직까지 단 한대도 없다. 그래서 장 과장은 온양면 주민들에게 ‘농기계 의사’ ‘농기계 병원장’으로 통한다.

장 과장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하지만, 장 과장은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손톱에 새까만 기름때가 빠질 날이 없도록 농기계와 씨름하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장 과장은 1999년 농업기계 수리 분야 명장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울산 지역에서는 장 과장이 유일한 명장이다. 전국에서도 이 분야 명장은 5명 밖에 되지 않는다.

34년째 함께하고 있는 농기계라 지겨울 만도 한데 그는 농기계 수리 요청만 들어오면 밤이건 낮이건 가리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간다.

“요즘 같은 농번기가 가장 바쁩니다. 온몸이 피곤해 금방 쓰러질 것 같을 때도 많지만 가장 자신있는 재능이 농기계 수리밖에 없는데, 농민들이 필요로 한다면 어디든지 뛰어가야죠.”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5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 충북 단양에 있는 형 집에서 더부살이를 해야만 했다.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낸 그가 농기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1살 되던 여름이다. 친척의 소개로 울산의 농기계수리점에 보조공으로 취직했다.

“처음에는 밥이나 배불리 먹고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에 무엇이든 시켜만 주면 최선을 다할 각오였죠.”

그는 사장의 가르침을 받으며 처음 농기계를 뜯어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장 과장은 “농기계 수리가 천직이란 느낌이 가슴 깊이 확 와닿았다”며 “매일 밤늦게까지 농기계를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는 일만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기계 수리가 쉽지만은 않았다. 농기계 공구 이름을 몰라 사장한테 혼쭐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용접할 때 눈가리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데 맨눈으로 용접하다가 눈이 시리고 아파 불빛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농기계를 잘못 조립해 홍역을 치른 일도 수없이 많았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때론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그를 더 힘들게 했다.

그때마다 농민들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농기계를 제때 수리해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신념으로 관련 기술을 열심히 익혔다.

나아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농민들을 위해 고장 난 농기계수리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꿈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그의 소원은 현실로 다가왔다. 농협의 농기계수리공으로 채용된 것.

87년부터 온양농협에서 10만대가 넘은 각종 농기계를 수리하다 보니 누구 집에 무슨 기계가 있는지 손금 보듯 훤하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명의처럼 농기계의 고장 부위를 귀신처럼 진단하고 완벽하게 고쳤다. 이런 그에게 농민들은 ‘농기계 의사’ ‘농기계 병원장’ ‘농기계 박사’ 등의 별명을 붙였다.

그는 자기 개발에도 열심이어서 농기계 정비(1992)와 자동차 정비(1993) 1급 자격증을 잇달아 취득했다. 이어 97년 경남기능경기대회에서 농기계 수리 부문 금상을 받았다.

장 과장은 농민들이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기계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경운기 배터리 위치를 변경하는 것만으로 탈곡기 등 보조 농기계를 경운기에 쉽게 부착하도록 개발해 의장등록을 마쳤다. 바인더 철판을 개조, 종전에 통벨트를 갈아끼우는 데 3시간 걸리던 것을 1시간으로 대폭 단축했다.

최근에는 보행형 이앙기 보조작업대를 개발, 농민들이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고 시간도 줄여 비용을 절약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는 명장 칭호를 받은 이후에는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협 2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월∼금요일 농민들을 대상으로 농기계 수리요원 양성 교육을 하고 있다. 또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마을을 돌며 경운기와 콤바인 등 농기계 무료 수리 봉사활동을 10여년간 펼치고 있다.

그는 “4년 후 농협에서 정년 퇴직하면 농기계 무상 수리와 후진 양성에 더 힘을 쏟고 싶다”며 “농기계 수리는 경험이 제일인데 보잘것없는 노하우이지만 농민과 동료에게 온전히 전수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유재권 기자

ujkw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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