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30%…사소한 부주의 '불쏘시개'로 겨울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올 들어 산불발생 건수가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이 바싹 마른 탓에 사소한 실수조차 화재로 이어져 산불이 잦아진 것으로, 계절풍이 부는 3월부터는 작은 불씨만 생겨도 강한 바람을 타고 대형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1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난 10일 현재 총 81건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1월 64건, 2월 17건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6건에 비해 5배 증가한 것이다. 또 최근 10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산불 평균 발생 건수(46건)보다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산불을 원인별로 보면 입산자 실화가 총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입산자 과실로 인한 산불이 4건에 불과했다. 논·밭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난해 1건이었지만 올해는 9건으로 늘었다.
입산자 실화와 논·밭두렁 소각에 의한 산불이 급증한 것은 등산객과 농민들의 부주의 탓도 크지만 계속된 가뭄이 더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산에 습기가 없다 보니 담배꽁초 유실 등 사소한 부주의도 화재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쓰레기소각(12건), 담뱃불 실화(7〃), 성묘객 실화(5〃) 등이 올해 산불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처럼 산불이 잦아지면서 올해 산불 피해 면적은 42.38ha로 전년 같은 기간 3.17ha에 비해 11배 증가했다. 다만 건당 피해 규모는 0.5ha로 그리 넓지 않았다. 비록 산불은 잦아졌지만 초등 조치가 비교적 신속히 이뤄져 피해 규모를 줄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관계 당국의 걱정이다.
산림항공본부의 한 관계자는 “가뭄으로 인해 다목적 댐 평균 저수율이 현재 40.5%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담수량이 부족하다 보면 헬기가 산불 진화용 용수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초동 조치가 늦어져 화재를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처럼 건조한 상황에서 영동지방에 강한 계절풍이 부는 3월을 맞게 되면 불이 대형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관련 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김준모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