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번호이동 폭증… 공짜폰 넘쳐나
방통위 ‘KT 강제 할당판매’ 실태조사 검토
◆통신시장 ‘출혈 마케팅’ 격화=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KT·KTF 합병을 앞두고 시장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SK텔레콤과 KT, LG텔레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통신시장에서 유무선을 막론하고 KT의 공세가 매섭다. 검찰의 KT 협력업체 납품비리 수사가 CEO로 확대될 무렵이던 작년 10월 이후 속절없이 밀리던 실적을 3, 4월부터 속속 회복시켰다. 4월 무선(KTF) 재판매 실적은 280만7000명으로 두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덕분에 두달간 20%대에 머물던 KTF의 월 순증 점유율(늘어난 가입자 중에서 특정 이통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4월엔 30.4%로 높아졌다.
이에 SKT, LGT도 맞불을 놓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이통 3사에 통보한 22일 현재 휴대전화 번호이동(MNP)은 87만8000여건으로 4월 한달간 실적인 83만9011건을 넘었다. 이달 말이면 130만건에 육박해 2004년 MNP제도 도입 이후 최다였던 작년 3월의 119만680건 기록도 갈아치울 태세다. 신규가입자가 늘어나기 힘든 통신시장에서 번호이동 건수 증감은 시장의 과열 정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KT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 역시 3월 말 현재 671만4405명으로, 5개월 만에 상승반전했다. 인터넷전화(VoIP)는 3월 한달간 가입자를 10만 가까이 늘리며 삼성네트웍스를 단숨에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SKT는 줄곧 소모적 마케팅 경쟁은 벌이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시중에는 현금 마케팅과 공짜폰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KT 실태조사 검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KT는 이달부터 직원당 20포인트의 할당 목표를 제시하고 이동전화 1회선 판매는 1포인트, 초고속인터넷 1회선은 2포인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2월 중순부터 지난달까지는 영업에 ‘올인’하자는 일명 ‘100일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KT노조 홈페이지와 직원 커뮤니티에서 직원들은 ‘앵벌이’ ‘자뻑(자비로 실적을 올리는 업계 은어)’ 등 표현을 써가며 가입자 유치의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KT가 3만5000여 임직원에게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활발하다고 듣고 있다”며 “자료와 제보 확인 등 ‘예비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실태조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실태조사는 제재와 닿아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KT가 비영업조직까지 가입자 유치에 활용하는 것은 관련 법규 위반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KT는 2004년 비영업직 직원을 판매에 동원했다가 ‘전기통신사업법 제36조3항(금지행위)’ 위반으로 영업정지에 준하는 과징금을 2차례 부과받은 바 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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