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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왕의 월드 스코프] 페루 티티카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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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03 21:34:08 수정 : 2009-09-03 21: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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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810m 하늘과 가장 가까운 ‘성스러운 호수’ 페루의 안데스 고원 지역을 여행한다면 쿠스코, 마추픽추 등과 함께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티티카카 호수이다.

◇안데스 산맥을 병풍처럼 두른 티티카카 호수.
티티카카 호수는 쿠스코에서 동남쪽으로 400㎞ 정도 떨어진 볼리비아와의 국경에 걸쳐 있다. 이 호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로 기록되고 있는데 정확히 말한다면 ‘동력으로 움직이는 배가 다닐 수 있는 가장 높은 호수’이다. 즉 이보다 더 높은 곳에도 조그만 호수가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것은 그 기록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티티카카 호수 표면의 표고는 해발 3810m이며 그 면적은 8300㎢에 달하고 평균 수심은 약 281m로서 남미에서 가장 큰 담수호이다. 이처럼 높은 곳에 바다처럼 광대한 호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드는 20개 이상의 강들이 모여 이루어졌으며 수온은 낮지만 어류가 많이 서식해 주민들의 중요한 생활 터전이 되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의 선착장.
티티카카 호수 주변에는 예로부터 도시와 마을이 형성되어 왔는데 그중 푸노(Puno)는 가장 역사가 깊은 도시로서 여행과 관광의 거점이 되고 있다. 쿠스코에서 푸노까지는 고산열차를 타고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을 넘어 12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이 고산열차는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도였는데 지금은 새로 생긴 중국의 티베트 고원 열차가 기록을 경신하였다.

마추픽추에서 돌아온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고산열차를 타고 푸노로 향했다. 기차는 안데스 산맥을 옆으로 두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초원을 지나 숨가쁘게 고원을 넘어간다. 드디어 해가 기운 뒤에 기차는 푸노에 도착하였다. 역을 나서자 머리 위를 넘어서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두리번거리는 동양인을 호객꾼은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믿을 만한 현지인을 구별할 수 있는 요령과 안목은 홀로 여행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다.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는 비교적 저렴한 호텔을 찾아 그들을 따라 나선 것은 오후 9시가 넘는 밤이었다.

◇스페인시대의 걸작 건축물인 대성당.
고산증에 지친 몸은 이내 잠에 떨어지고…. 아련히 잠 속에서 들리는 교회의 종소리에 정신이 들어 창 밖을 내다보니 이미 티티카카 호수는 아침 안개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티티카카 호수는 잉카시대로부터 성스러운 호수로 여겨졌으며 잉카인들은 이곳에서 태양이 떠오른다고 믿어왔다. 또 호수의 연안에 길게 자리 잡은 푸노는 역사 깊은 고도로서 잉카인들은 푸노로부터 태양신이 기원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16세기 스페인의 침략과 잉카의 멸망으로 지금은 많은 부분이 스페인 식민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도시 주변의 인디오들은 오늘날에도 전통적 삶의 방식을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다.

호텔을 나서려는데 카운터의 직원이 막 끓인 코카차를 권한다. 역시 이곳에서도 코카차는 빠지지 않는다. 차를 맛있게 마시고 체력을 정비한 다음 시내의 광장으로 나왔다. 중심인 아르마스(Armas) 광장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세운 대성당 카테드랄이 우뚝 서있고 성당 앞 계단에는 인디오 여인들이 모여 공예품을 팔고 있다. 하늘은 짙푸르고 햇살은 강렬하여 여인들이 입고 있는 원색 의상의 색채가 곧바로 튀어나올 듯이 선명하다.

푸노 시에서 볼 만한 것은 아르마스 광장 주위의 스페인식 건물들과 거리, 고고학 박물관 정도이고 이방인으로서 가볼 만한 곳은 시내보다는 티티카카 호수와 호수에 떠있는 섬들일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호수 자체가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며 호수 곳곳의 섬은 이곳의 절대적인 매력이다. 

◇재래시장에 모인 인디오들.
여러 섬 중에서도 푸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우로스(Uros) 섬은 가장 유명하다. 우로스 섬은 여러모로 특이한 섬이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호수에서 자라는 토토라라는 갈대를 베어 물 위에 차곡차곡 쌓아서 생긴 인공의 갈대 섬이다. 섬에서 사는 인디오들을 우루족이라고 부르며 이들은 호수에 사는 물고기와 물새를 잡고 호수 연안의 밭에서 경작한 감자를 식량으로 삼으며, 집은 갈대를 이용하여 짓고 돼지, 닭, 개 등의 가축도 기르고 있다.

◇자수제품을 팔고 있는 우로스 섬의 원주민들.
멀리서 찾아온 이방인을 바라다보는 어린이의 눈동자는 까맣고 촉촉하다. 손을 부지런히 놀리며 수를 놓는 소녀들, 강한 햇볕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뺨과 빨간 입술, 웃으면 드러나는 하얀 치아로 우로스 섬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우로스 섬 외에도 호수 안에는 옛 원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타길레(Taguil) 섬, 잉카의 유적이 남아 있는 아만타니(Amantani) 섬 등이 있어 호수와 더불어 시간을 두고 둘러볼 만하다. 또 푸노에서 32㎞ 떨어진 시유스타니(Sillustani) 유적은 잉카제국의 전신이었던 추라혼 문화의 주거단지와 묘지유적으로서 고고학적 의미가 크다.

◇언덕을 타고 형성된 푸노의 주택가.
티티카카 호수를 넓게 조망하려면 푸노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와우사파타 언덕에 오르면 좋다. 티티카카 호수는 이방인의 숨을 가쁘게 하는 높은 곳에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다. 직접 보기 전에는 이처럼 높은 곳에 바다와 같은 호수가 존재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차고 희박한 고원의 대기이지만 나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은 듯 힘이 솟아났다. 땅보다는 하늘과 더 가까운 호수, 조물주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너무나 넓고 깊은 범위에 창조해 놓았다.

여행작가

〉〉가는 길

◇푸노로 향하는 고산열차.
쿠스코에서 고산열차를 타고 12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버스로도 갈 수 있는데 역시 12시간 정도 걸린다. 비행기로는 푸노에서 차로 45분가량 떨어진 후리아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 리마, 쿠스코, 아레키파 등지에서 국내항공이 운항한다.

〉〉여행시기

적도상의 안데스 고원에 위치하므로 일년 내내 기온이 서늘하다. 적도상이므로 평지는 열대의 기후지만 티티카카 호수는 원체 고지대이므로 서늘하고 아침저녁으로는 꽤 춥다. 일년 내내 비슷한 기후를 보이므로 어느 시기나 여행에는 큰 차이가 없다.

〉〉우로스 섬으로 가는 방법

푸노 시내의 여행사에서 우로스 섬 투어를 취급한다. 또 우로스 섬으로 가는 일반 보트가 1시간마다 출발하므로 개인적으로 갈 수도 있다.

〉〉주변의 가볼 만한 곳

푸노에서 국경을 넘으면 볼리비아 쪽의 티티카카 호수 변에 있는 코파카바나(Copacabana)에 도착하게 된다. 원래 잉카시대의 옛 마을로서 스페인의 분위기가 혼재되어 있고 인디오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독특한 도시다. 티티카카 호수 변에 있는 고원의 도시로서 오지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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