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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 ‘밋밋한 삶’을 맛있게 요리하다… 줄리 앤 줄리아

입력 : 2009-12-10 23:03:47 수정 : 2009-12-10 2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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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한 ‘줄리 앤 줄리아’는 두 30대 여성이 요리를 통해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프랑스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전설적인 셰프 줄리아 차일드(1912∼2004)와 그의 요리책을 참고해 만 1년 동안 자신의 블로그에 524가지 프랑스 요리 도전기를 연재한 줄리 파월(36)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했다. 프랑스 음식의 매력보다는 따분한 일상에 지친 두 여성이 각각 요리와 남편의 도움으로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더 내세운 성장 영화다.

영화는 1940년대 외교관 남편을 따라 낯선 땅 프랑스 파리에 살게 된 줄리아(메릴 스트립)와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립 민원처리 전화상담원으로 근무하는 줄리(에이미 애덤스)의 일상을 교차, 대비하면서 전개된다. 비록 시대는 달랐지만 프랑스 요리를 알기 전 둘의 고민은 비슷했다. 다정한 남편과 안정된 생활 등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었지만 그들에겐 딱히 꼬집을 수 없는 아쉬움과 초조함이 자리하고 있다. 30대 그리고 주부라는 조건. 누구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자신 만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싶으나 뭔가 새로 일을 벌이기에는 늦은 듯싶고 게다가 그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둘의 답답한 심리 상태를 영화는 무겁지 않게 보여준다.

줄리아는 평소 좋아했던 프랑스 음식을 직접 만들기로 다짐하고 작가가 꿈인 줄리는 그의 멘토 줄리아를 소재로 한 블로그 운영에 도전한다. 프랑스의 명문 요리학교 ‘르코르동블뢰’ 전문가 과정에 등록한 줄리아는 밤새 양파 썰기 등 남다른 특훈을 거듭한 끝에 요리책 ‘프랑스 요리 예술을 마스터하기’ 등과 TV 요리쇼를 진행하는 미국 출신의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가 된다. ‘줄리아 따라잡기’ 블로그 운영 초반 단 하나의 댓글도 달리지 않아 주눅이 들어 있던 줄리는 오기와 남편의 독려 등으로 파워 블로거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룬다.

‘줄리 앤 줄리아’에서 핵심 대사는 “본 아페티”(Bon Appetit·맛있게 드세요)가 아닌 “당신은 나의 버터이자 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밥 줘” 대신 “저녁은 뭐야”라고 말을 건네는, 임신한 동생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줄리아에게 말 없이 어깨를 내밀 줄 아는 부부 간의 끈끈한 애정과 신뢰를 담았다. 음식에 풍미와 고소함을 더하는 버터처럼, 남편은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행복과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사랑 가득 담긴 이 밀어가 새삼스럽게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맴도는데 그 일등 공신은 메릴 스트립이다. 독특한 억양과 과장된 몸짓, 천진난만한 표정 등이 최고의 프렌치 셰프가 되기 위한 줄리아의 단호함과 서글서글한 호탕함, 내면 깊숙한 곳의 슬픔, 큰 덩치와 묘하게 어울리는 귀여움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일가를 이룬 노라 애프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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