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되,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 전환하고 삼성과 한화, 롯데, 웅진 등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여야(與野) 대결은 물론, 친이(친이명박)-친박 진영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국의 긴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친이 주류측은 수정안 발표를 계기로 수정안 찬성 여론 확산을 위해 정면돌파하겠다는 태세인 반면, 야당과 친박계는 `원안 고수' 입장 속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면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대립 구도는 현재로서는 타협 가능성이 높지않은 데다 각 당 및 차기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명운까지 걸려있는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세종시 결과에 따라 향후 정치지형이 요동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물론, 친이-친박간 대립과 격돌 속에 세종시 수정을 놓고 여론 총력전이 예상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의 향배가 `세종시 해법'의 귀착점이라는 점에서 제(諸) 세력은 사활을 걸고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집권 3년차로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세종시 수정 여부가 후반기 국정운영을 주도해나갈 수 있느냐, 아니면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지느냐를 가늠하는 중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수정안이 탄력을 받을 경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갈 수 있지만 좌초되거나 동력을 상실한다면 국정 장악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는 물론 차기 대선판도의 변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원안수정 반대'를 재확인한 박근혜 전 대표도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여론의 향방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극단을 오가는 길항관계에 놓일 수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도 당의 진로가 달려있다는 점에서 `결사항전' 태세 속에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종시 논란은 모든 정치.사회적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정국을 뜨겁게 달굴 초대형급 이슈로 똬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 친이 주류측은 초반 여론 흐름이 전체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 수정 여론 확산을 위한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세종시 수정 여론을 확산시키되, 인내를 갖고 여론의 반전을 도모하는 `진지전' 전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고 세종시 발전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이 같은 총력전 속에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대국민 입장 발표가 여론의 흐름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어 대정부 압박에 나서는 한편, 전문가 토론회나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수정안의 문제점을 논박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실제로 야권은 공동보조 속에 이날부터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원내.외에서 `원안 사수를 위한 대국민 여론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난 7일 `원안 배제된 수정안 반대' 발언을 계기로 친이-친박간 첨예한 대립전선이 형성되면서 향후 전당대회와 대권 레이스를 앞두고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상대를 겨냥한 감정섞인 발언들이 여과없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당이 `분당사태'에 가까운 절체절명의 위기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0명에 달하는 친박계의 도움 없이는 수정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정안 발표를 계기로 한 여론전이 `제1라운드'라면, 향후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시점이 `제2라운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수정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이 대통령과 친이 주류측이 내상을 입을 수도, 반대로 박 전 대표와 야당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 모두 내부적으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여야 역학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여론에 향배에 따라 각 정파간 `출구전략' 속에 대타협이 모색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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