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여자를 볼 때 얼굴 중에서 어디를 가장 먼저 보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눈이라고 대답한다. 이 때 눈이 의미하는 숨은 의미는 눈이 예쁜 미녀이다. 왜냐하면 눈이 예쁘면 다른 부위가 다소 평범하거나 모자라다 할지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얼굴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는 얼굴형, 눈썹, 코, 피부, 윤곽, 입술, 볼, 이마, 턱, 귀 등 아름다움을 판단할 수 있는 많은 부위들이 있지만 외모의 우열을 결정하는데 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어떨까.
남자의 얼굴을 따지다
남자들의 경우 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왜냐하면 우선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리 이성의 얼굴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남자는 여자와 달리 ‘눈’만 유독 출중하게 아름답다고 해서 ‘미남’이 되는 조건에 유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눈이 아름다우면 그럭저럭 '예쁜 축‘에 들어갈 수 있는 여자들보다 미남이 되기 위해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조목조목 잘 생긴 것도 중요하지만 각 부위들이 서로 얼마나 잘 어우러졌으며 헤어스타일, 수염, 주름, 미간 등등의 변수들이 존재하는 얼굴 안에서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 하는가까지도 크게 고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비교적 객관적으로 잘 생겼다는 말을 듣는 남자들의 얼굴을 보면 물론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비슷비슷한 느낌은 여자들에 비해 훨씬 적다. 또한 ‘눈’처럼 어느 한 부분만 도드라지되 다른 이목구비는 허술한 경우 역시 드물다. 그래서일까. 정말 잘 생기고 아름다운 남자의 얼굴은 보고 또 보아도 질리는 일이 없고 볼 때마다 새로운 장점을 발견하게 되며 나이가 들어서도 더욱 중후한 매력이 더해지곤 한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셜록 홈즈>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 역시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절대적인 미남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자 배우들이다. 이들의 외모가 지닌 잘 생김의 감상 포인트는 전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목구비부터 탄탄하며 전체적인 조화까지 우수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자의 매력을 더해주는 소품, 안경
‘눈’과 관련된 미인의 기준이 남자와 여자가 전혀 다른 예는 또 있다. 바로 안경이다. 여자의 경우 미녀와 안경은 서로 적대적이다. 드라마는 물론 콩트에서조차 높은 도수의 안경을 벗고 헤어스타일을 바꿈으로써 추녀가 미녀로 변신하는 에피소드가 흔하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안경을 쓰면 훨씬 근사해 보일 때가 있다.
인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멜로의 굵은 축을 담당하고 있는 최다니엘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순재, 정보석, 윤시윤, 이기광, 줄리엔 강, 광수에 이르기까지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는 많은 남자 배우들 중 최다니엘은 유일하게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검은 색 뿔테 안경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그의 캐릭터에 확실한 포인트를 주었을 뿐 아니라 ‘의사’라는 극 중 직업과 어우러져 지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쌍꺼풀 없는 눈매를 가진 그는 초반에는 종종 안경을 쓰지 않은 얼굴로도 등장했지만 지금은 안경과 혼연일체가 된 듯 자연스럽다. 극 중 항상 쓰고 나오는 검은 색 뿔테 안경이 그의 이미지 상승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넓은 어깨에 군더더기 없는 몸매를 가진 그는 최근 극 중 황정음과의 달달한 로맨스를 꽃피우며 훈훈한 완소남으로 여자들의 마음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중이다. 덕분에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미친 양 언니’로 등장해 송혜교에게 느물거리던 모습은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이다.
안경이 잘 어울리는 남자들
배우들이 안경을 패션 소품이 아닌 캐릭터 설정에 활용한다면 가수는 보다 다양하고 실용적으로 안경을 활용한다. 메이크업으로 최대한 눈을 강조하는 여자 가수와 달리 남자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안경을 쓰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흔한 편이다. 그 중 시력 교정은 물론 패션에도 안경을 적극 이용하는 남자 가수들 중에는 특히 무대에서 움직임이 많지 않은 남자 발라드 가수들이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을 위시하여 윤종신, 유리상자, 성시경은 안경이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가수이다.
하지만 안경이 잘 어울리는 미남 가수라면 단연 또 격렬한 회오리 댄스를 선보이면서도 동그란 안경을 썼던 서태지이다. 서태지는 무대에서나 무대 밖에서나 안경을 썼지만 최근의 남자 아이돌들은 무대가 아닌 화보 촬영이나 팬 미팅 자리에서 안경을 쓴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눈이 안 좋아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팬 서비스 차원이기도 하다. 무대가 아닌 일상에 가까운 모습에서 안경을 쓴 그들의 모습은 색다른 매력으로 소녀와 누나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즉, 기본적으로 외모가 출중한 남자는 안경을 안 쓸 때에도 잘 생겼지만 안경을 썼을 때에도 잘 생겼다.
이처럼 안경은 원판불변의 미모를 재확인시켜주기도 하지만 안경을 썼을 때 비주얼 자체가 달라질 정도로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안경이 상승효과를 주는 남자 중 대표적인 인물은 김태우이다. god 시절부터 회사 방침 차원에서 도수 없는 안경을 소품으로 사수한 김태우의 경우 안경을 쓰지 않았을 때보다 썼을 때 훨씬 안정감 있는 얼굴이 완성된다. 그 외에도 검은 색 뿔테 안경의 원조 격인 인물로는 가수 조영남이 있으며 원조 아이돌 전영록 또한 안경을 쓰고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 바 있다.
사진 <지붕 뚫고 하이킥> 캡처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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