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천안함 홈페이지에 실종장병 그리는 글.詩 잇따라
"우리 2세를 먼저 만들자."
천안함 실종장병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이들이 배를 타고 돌아온 후 혹은 제대하면 하려고 했던 일들이 언제 실행될 수 있을지 기약도 없이 남겨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인 정모씨와의 사이에서 세살배기 아들을 둔 정종율 중사는 미니홈피에 "우리 2세를 먼저 만들자.."라고 적어 배를 타고 돌아오면 아들에게 동생을 만들어주려고 했음을 짐작게 했다.
또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던 이재민, 이상민, 이상희 병장의 미니홈피는 곧 `민간인'이 된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이재민 병장의 미니홈피 대문에는 "시간아 빨리 가라..집에 좀 가자!", 지난달 10일 남긴 마지막 다이어리에는 크고 굵은 글씨로 "D-day 52일.."이라고 적혀 있다.
이상민 병장(88년생)은 지난달 20일 다이어리에 "어느덧, 엉킨 전선줄만큼이나 복잡했던 두 해가 지나가고 있다. 먼 훗날은 멀리에 있을 줄만 알았는데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다"고 적어 지난 군 생활에 대한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상희 병장은 제대 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상희 병장 지난 1월22일 "제대하면 아마도 6~9개월 일본 어학연수를 갈 거 같아. 6월달에 가게 됐어"라는 기대감 가득한 글을 남겼다.
하고 싶은 일도, 할 일도 많았던 이들의 `마지막' 다이어리에 누리꾼들은 "얼른 와서 제대하면 새로운 다이어리 써주세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실종장병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빌었다.
이런 가운데 이상희 병장의 다이어리에는 지난달 28일 가족 또는 친구가 쓴 것으로 보이는 "제발 돌아올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라오기도 했다.
또 이상민(88년생) 병장의 동생인 이모 양은 지난 7일 "열흘이 지난 지금, 이렇게 서서히 잊혀지고 쓸쓸히 남겠지", 10일 "고요했지만 살벌했던 그날 이후, 늘 그랬듯, 시간은 단 한 번의 멈춤도 없이 흘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이라는 글을 남겨 사고가 가족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잊힐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사고 보름째인 11일 해군과 천안함 홈페이지에도 실종장병을 그리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현역 군인의 어머니라고 밝힌 설순복 씨는 `고추잠자리가 된 모정'이라는 시에서 "아들.../보고 싶다...//(중략)//이 어미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면/아들 너였음을.../아들아 제발..."이라며 실종자 부모와 한마음으로 이들의 생환을 비는 애끓는 모정을 드러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