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법조 수장들 침통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습니다.”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7회 ‘법의 날’ 기념식 행사장. 이용훈 대법원장과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이귀남 법무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수장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검사 향응 파문 여파로 ‘법이 지배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법의 날 취지가 무색해진 탓에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7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이귀남 법무장관(〃네 번째), 김준규 검찰총장(〃두 번째) 등 참석자들이 천안함 희생자들에게 묵념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어진 기념사에서 검찰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따끔한 한마디를 전했다. 이 대법원장은 “불법과 편법이 일상화되고 뒷거래와 속임수가 통하는 사회에서는 사회를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고 사회 발전을 이룩할 수가 없다”며 “법의 지배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이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법조 직역에 종사하는 우리가 먼저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운용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국가와 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는 정의로운 법규범을 정립해야 하고 국민들은 그 안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자유와 권리, 책임과 의무가 상호경쟁하면서 조화되는 진정한 의미의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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