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최고의 자선사업가인 홍콩 펑녠(彭年)실업의 위펑녠(余彭年·88·사진) 회장이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금과 부동산 30억위안(4873억원)가량의 기부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인터넷 매체인 허신(和訊) 등 중국과 홍콩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재계정보 조사기관인 후룬바이푸(胡潤百富)는 22일 발표한 ‘2010년 자선사업순위’ 보고서에서 위 회장을 5년 연속 중국 최고의 자선사업가로 선정했다. 위 회장의 5년간 누적 기부금액은 62억위안(1조74억원)에 달한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위 회장의 재단 기금 가치가 달러로 환산할 경우 12억달러에 이른다며 위 회장이 중국에서 첫 번째 10억달러대 자선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날 보도했다.
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나의 남은 재산은 모두 자선단체에 기증되며 상속되거나 사업, 투자에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을 돕는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다 어렵다”면서 “진정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적시에 돕고 그들이 더 잘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목표이자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후난(湖南)성 출신인 위 회장은 1950년대 후반 홍콩으로 건너가 인력거꾼, 청소부 등으로 일하다 60년대 들어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부동산 붐을 타고 위 회장은 홍콩과 대만, 선전 등에 여러 개의 특급호텔과 부동산을 보유한 대부호로 성장했다. 그의 자선사업은 80년대 말 후난성을 방문, 고향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에 충격을 받은 후 본격화됐다. 위 회장은 특히 2003년 설립한 ‘펑녠광명행동’ 이동병원 서비스를 통해 14만명에 달하는 백내장 환자를 치료했으며, 매년 1000만위안을 들여 200명의 외국 학생이 중국 유학을 통해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후룬 재단의 조사결과, 윈난스지진위안(雲南世紀金源)투자그룹의 황루룬(黃如論) 회장이 최근 5년간 기부금 28억9500만위안으로 위 회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재벌 주멍이(朱孟依) 허성촹잔(合生創展) 회장도 11억4600만위안으로 그 뒤를 이었다. 쓰촨 대지진에 이어 최근 칭하이 강진 때에도 구호작업에 앞장섰던 중국의 ‘지진 영웅’ 천광뱌오(陳光標) 황푸자원재활용유한공사 회장과 중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천파수(陳發樹) 신화두(新華都) 회장도 나란히 4, 5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결과 상위 자선가 100명의 최근 5년간 기부금은 한 명당 평균 2억2900만위안으로 이들 재산 규모의 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상위 50명이 지난해 내놓은 기부금은 82억위안으로 2004년에 비해 8배가량 많았다.
루퍼트 후거워프 후룬 회장은 “재산의 6%를 기부하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교해도 꽤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중국의 부자들은 상당한 기부를 하고 있고 중국의 기부문화도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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