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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최고의 영웅 헥토르의 비참한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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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7 09:30:51 수정 : 2010-05-17 09: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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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지원이 끊긴 트로이는 점차 기세를 잃어갔다. 트로이의 성문들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트로이군이 후퇴하고 있었다. 그리스군에 밀린 트로이군이 마침내 삼십육계를 놓고 도시 안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헥토르만이 성벽 앞에서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성문으로부터 그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와 어머니 헤카베가 성 안으로 들어와 우선 목숨부터 건지고 후일을 도모하라고 그에게 고함을 질렀지만 헥토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헥토르는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트로이군을 이끌었어. 그들의 패배는 내 잘못이야. 그런데 내가 내 목숨을 건진다고? 그러나, 만일 내가 방패와 창을 내려놓고, 아킬레우스한테 가서 우리가 헬레네를, 그리고 그녀와 함께 트로이아의 보물의 반을 주겠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소용없는 짓, 아킬레우스는 무장하지 않은 나를 마치 내가 여자인 듯 죽일 거야. 비록 죽는다 할지라도 이젠 아킬레우스와 싸우는 편이 더 나아.'

기세가 오른 그리스군은 아킬레우스를 선두로 하여 맹렬하게 들이 닥쳤다. 아킬레우스가 전쟁터에 복귀하자 트로이군은 겁부터 먹고 전의를 상실했다. 그리스군을 이끄는 아킬레우스는 막 떠오르는 태양처럼 정열이 넘치면서 기운차 보였다. 그의 옆에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그를 돕고 있었다. 반면 지금 헥토르를 돕는 신은 없었다. 헥토르는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헥토르를 돕던 아폴론은 헥토르를 그의 운명에 맡기고 전쟁터에서 철수했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성안으로 철수한 트로이군 진영에서는 숨을 죽이며 이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스군은 아킬레우스 저만치 뒤에서 성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하늘도 태양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왔을 때, 헥토르는 갑자기 힘이 빠졌다. 그에게 대항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그와 맞서 싸울 용기도 없었다. 진작에 성 안으로 도망쳐 들어가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헥토르는 주춤하며 뒤로 몰러서다가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킬레우스는 그를 추격하여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면서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고정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쫓는 자와 쫓기는 자는 트로이의 성벽 둘레를 나는 듯이 세 번을 돌았다. 이런 소모적인 싸움 아닌 싸움은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 나선 건 다름 아닌 아테나 여신이었다. 파리스에게 원한을 안고 있는 아테나는 트로이가 멸망하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이때 헥토르를 멈추게 한 건 아테네였다. 아테네는 얼른 헥토르의 동생 데이포보스의 형상으로 변형을 하고 헥토르 옆에 나타났다. 헥토르는 아테나 여신을 동생인줄 착각하고 동맹자로 여기고 아킬레우스와 대면했다. 힘을 얻은 헥토르는 아킬레우스를 향해 외쳤다.

“내가 당신을 죽이면, 시체를 당신 친구들에게 돌려줄 테니, 당신도 내게 그렇게 하시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조롱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헛소리 하지 말게. 넌 내 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놈이야. 난 절대로 널 용서할 수 없어. 시체, 그건 나와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니, 그런 말을 지껄이지 말고 어서 승패나 겨루자. 내 친구의 혼이 지하에서 소리치고 있단 말야. 자 나서라."

아킬레우스는 말을 마치기 바쁘게 핵토르를 향해 창을 던졌다. 깜짝 놀란 헥토르는 가까스로 그 창을 피했다. 이제는 무기를 잃은 아킬레우스가 불리한 입장이 되었다. 헥토르는 용기를 얻었고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창에 힘을 주며 아킬레우스를 겨냥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창을 움켜쥐고 아직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아킬레우스를 향해 창을 던졌다. 그가 던진 창은 힘차게 아킬레우스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날아드는 헥토르의 창을 아킬레우스는 가까스로 방패를 들어 막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헥토르의 창은 아킬레우스의 방패 중심을 명중시켰다. 그러나 그 방패는 마치 마술처럼 꿰뚫어지지 않았다.

헥토르는 창을 얻으려 얼른 데이포보스에게로 돌아섰지만 그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그때서야 헥토르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의 옆에 있던 동생의 모습은 아테나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여신은 얼른 헥토르의 창을 집어 들고 아킬레우스에게로 다가갔다. 순간 헥토르는 배신감을 느끼며 자신이 속았음에 분통을 터트렸다. 아테나 여신의 속임수에 속았다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이제 신들이 나를 죽음으로 소환하는 가 보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싸우다 죽어야 해. 나와 트로이의 명예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거야. 장차 태어날 사람이 서로에게 이야기할 큰 싸움을 하고 죽을 때 죽더라도 죽는 거야.'

헥토르는 이제 그가 가지고 있는 그의 유일한 무기인 칼을 빼내어 아킬레우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이미 아테나가 그를 위해 다시 가져다 준 창을 갖고 있었다. 헥토르가 그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아킬레우스는 헥토르가 죽은 파트로클로스에게서 빼앗은 갑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갑옷의 단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던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목 근처의 틈을 겨냥해서 창을 찔러 넣었다. 아킬레우스의 창은 헥토르의 목덜미를 깊이 찌르고 들어왔다. 헥토르는 죽음이 자신에게 닥쳐온 것을 감지했다. 헥토르는 잠시 버티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굴러 떨러졌다.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며 아킬레우스에게 간청했다.

“아킬레우스, 나는 트로이의 왕자며 장수요. 당신은 또한 그리스의 한 나라의 족장이며, 장수요. 바라건 데 나의 시체를 욕보이지 말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돌려주시오. 내 심정을 알 것이오. 그것만은 부탁하오. 나는 트로이를 위해 싸웠고 당신 친구는 그리스를 위해 싸웠오. 당신 또한 마찬가지요. 그러니 군인답게 나를 죽이고, 시체만은 내 아버지에게 돌려주시오.”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패배를 인정하고 하데스의 세상으로 가시게. 너는 내 하나뿐인 친구를 잔인하게 죽인 원수에 불과해. 군인이니, 장수니, 그건 나와 관계없어. 애국심, 그 따위 감정은 나에게 없어. 나의 관심은 내 친구의 원수를 잔인하게 죽이는 것 밖에 없어."

그것으로 끝이었다. 젊고 용맹스러웠던 헥토르의 몸에서 그의 영혼이 날아가고 있었다. 죽음의 사자가 그의 영혼을 데리고 하데스의 세계로 이미 떠나고 있었다. 동생이 저지른 일로 결국 헥토르는 희생을 당한 셈이었다. 그가 없는 트로이는 어떻게 될지 그의 영혼은 하데스의 세계로 떠나면서도 차마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킬레우스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헥토르의 시체를 거두어 일단 갑옷을 벗겼다. 그러자 그리스 병사들은 헥토르에게 달려와서 쓰러져 있는 헥토르를 보았다. 자신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헥토르가 얼마나 큰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헥토르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헥토르의 모습은 고상하게 생겼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렇다고 아킬레우스처럼 거구의 몸도 아닌데 그들은 무척 놀라워했다.

아킬레우스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오직 친구의 원수를 갚았다는 일에 만족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친구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고, 그로 인해 다른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그 순간에도 아킬레우스는 오직 헥토르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라도 원수를 갚고 싶어 했다. 그는 헥토르의 두 발을 꿰뚫어, 가죽 끈으로 자기의 전차 뒤쪽에 꽁꽁 동여매고, 머리가 질질 끌리도록 했다. 그리곤 말들을 채찍질하여 트로이 성벽 주위로 찬란한 헥토르의 죽은 몸을 끌고 한 나절 이상을 트로이의 성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와 그의 어머니 헤카베는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어 안타까움으로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마치 미친 것처럼 울부짖으며 헥토르의 시체를 끌고 다니며 원한을 풀던 아킬레우스의 마음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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