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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탄자니아-세렝게티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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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09 22:50:50 수정 : 2010-09-09 22: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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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대초원…야생동물의 천국
잔지바르 섬에서 비행기를 타고 아루샤(Arusha)로 향했다. 아루샤는 다르에스살람에서 서북쪽으로 485㎞ 떨어진 곳으로 버스로는 10시간 남짓 걸린다. 탄자니아 북부 주요 도시로서 사파리 여행의 기점이 되기도 한다. 여행객들은 아루샤에 머물면서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나 응고롱고로 동물보호구역(Ngorongoro Conservation Area)으로 사파리를 떠나거나 킬리만자로산을 등반한다. 아루샤에는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또 다른 산이 있다. 바로 메루(Meru)산이다. 메루산은 아루샤 시내에서 볼 수 있고, 킬라만자로산도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멀리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루샤는 아프리카 남단 케이프타운과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의 중간에 위치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루샤 시내에 세워진 시계탑이 아프리카 대륙의 중간지점이다. 시계탑 부근에는 여행사, 항공사 같은 사무실이 모여 있다.

◇세렝게티에서는 누 떼를 쉽게 볼 수 있다. 매년 6월 세렝게티에 건기가 찾아오면 동물들은 케냐의 마사이 마라를 향해 무려 1000㎞에 이르는 대장정을 떠난다.
배낭객이 모이는 거리에 숙소를 잡고 사파리 여행을 신청하기 위해 시계탑이 있는 거리로 나갔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 여행사를 찾아갔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사장은 친절하게 사파리 여행 일정과 비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사파리 비용은 며칠짜리를 선택하는지, 캠프에서 묵을지 아니면 고급 로지에서 지낼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보통 아루샤에서 사파리라면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응고롱고로 동물보호구역 사파리를 말한다. 2박3일짜리 사파리를 신청했다. 사파리 비용은 5인 기준으로 420달러였다. 고급 로지에 묵으면 700달러 정도 든다고 한다.

사파리를 신청하고 나오려는데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를 피해 한동안 여행사 안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금세 어두워졌다. 여행사 사장, 탄자니아 현지인과 함께 탄자니아의 대표 음식인 야마초마 전문식당을 찾았다. 일종의 숯불 생고기 소금구이다. 탄자니아 대표 맥주인 세렝게티 맥주를 주문했다. 세렝게티 맥주 병에는 치타가 늠름하게 앉아 있는 로고가 붙어 있다. 맥주 병 디자인에서 아프리카의 야생이 느껴진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서 야마초마를 안주 삼아 쌉쌀한 세렝게티 맥주를 마시니 마치 대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사파리 차들은 저마다 ‘빅 파이브’를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사파리 차 한 대가 동물을 발견하면 모두 차를 세우고 서로 보려고 한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나서 ‘아프리카 여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사파리 여행을 떠났다. 아침 8시쯤 여행사에 가니 사파리에 동행할 사람들과 기사 겸 가이드, 요리를 담당하는 젊은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기사는 사파리 차에 텐트와 주방용품 등을 바리바리 싣는다. 일행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전 10시쯤 아루샤로 떠났다. 아루샤에서 세렝게티 국립공원까지는 몇 시간을 달려야 한다. 오후 늦게 세렝게티 캠프장에 도착했다. 캠프장 안에는 우리보다 일찍 도착한 다른 여행객이 텐트를 치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여행사에서 가져온 텐트를 하나씩 꺼내 잔디밭에 설치했다. 캠프장 한쪽에는 취사시설이 있어 각 팀에서 온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텐트를 모두 설치하고 짐을 정리하고 나니 벌써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기사는 텐트 한쪽에 접이식 식탁을 펼치고 램프에 불을 붙인다. 저녁은 스파게티와 빵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치고 나니 캠프장은 완전히 암흑이다. 사파리 일정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기에 잠자리를 준비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텐트 밖으로 몸을 내밀어 하늘을 바라보니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진다.

◇아루샤 사내에서 바라본 메루산. 메루산은 킬리만자로와 더불어 탄자니아를 대표하는 산이다.
사흘째 되던 날 ‘야생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세렝게티를 구경했다. 일행은 오전 캠프장을 떠나 정오 무렵 세렝게티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준비해 온 샌드위치를 먹고 매표소 위에 있는 자그마한 바위산에 올라 앞을 바라보았다. 드넓은 세렝게티 대초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 광활하다. 세렝게티는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의 주요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마사이어로 ‘시링기투’로 불리는 세렝게티는 ‘끝없는 땅’이란 뜻이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탄자니아 최대 국립공원이자 남아공의 크루거 국립공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세렝게티는 우리나라 강원도보다 조금 작은 넓이다. 북쪽으로는 케냐의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과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응고롱고로 동물보호구역과 연결된다.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응고롱고로 동물보호구역은 케냐의 마사이 마라와 함께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세 곳과 이보다 규모가 작은 4개의 동물보호구역이 합해진 세렝게티 자연지대에 약 300만마리가 넘는 포유동물이 산다. 세렝게티 대평원은 약 300만년 전 킬리만자로산과 응고롱고로 화산에서 불어온 화산재가 대초원을 뒤덮어 형성된 곳이기에 풀이나 작은 나무만 자란다.

드디어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흔히들 사파리의 주요 목적은 ‘빅 파이브’를 보는 거라고 한다. ‘빅 파이브’란 야생동물 가운데 덩치가 크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를 말한다. 어쩌다가 사파리 차 한 대가 이들을 발견하면 다른 사파리차도 차를 세우고 서로 빅 파이브를 보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세렝게티에서 보고 싶은 동물은 검은꼬리누(영양)였다. 지금까지 남아공이나 보츠와나에서 사자, 코끼리, 코뿔소 등은 보았지만 누 떼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는 프랑스 말이고, 영어로는 ‘야수’라는 뜻의 ‘와일드비스트’라고 불린다.

◇보통 사파리 여행객들은 야영생활을 하면서 사파리를 즐긴다. 밤이 되면 캠프장은 완전한 암흑으로 변하고 주위에서 야생동물의 소리가 들려온다.
세렝게티는 사바나 기후이기에 계절에 따라 건기와 우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건기에는 나무와 풀이 말라버리고 다시 우기가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원은 파릇파릇한 풀로 바뀐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케냐의 마사이 마라는 국경으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초원이다. 두 곳 사이에는 마라 강이 흐른다. 우기가 끝나는 6월 초가 되면 동물들은 세렝게티를 떠나 최종 종착지인 마사이 마라를 향해 무려 1000㎞에 이르는 대장정을 떠난다. 150만마리나 되는 누 떼가 앞장서면 얼룩말과 초식동물들이 뒤따르고 사자, 치타, 하이에나 같은 포식자들이 이들을 노리면서 함께 이동한다. 이들은 7∼9월에 마사이 마라에 도착해 그곳에서 두 달가량 머문 뒤 12∼1월에 세렝게티를 향해 다시 이동한다. 보통 세렝게티에서는 12월에서 3월에 걸쳐 동물을 관찰하기 좋고, 마사이 마라에서는 7월에서 9월에 가야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세렝게티 대초원을 찾은 때가 2월 초이니 한 계절이 바뀌면 수많은 동물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대이동 길에 오를 것이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누 떼를 바라보며 몇 달 후의 고된 대장정 길을 생각하니 한편으론 아련한 마음이 든다.

전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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