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뭐 하나 사기 정말 어렵네요. 지수는 자꾸자꾸 올라가고, 어여 빨리 가는 종목에 올라타야 겠는데 잘 가는 건 다올라 있어서 새로 들어가기 불안하고. 아무래도 현금을 가지고 있으니까 마음이 급해지고 뭘 사야할 것 같은 조바심이 계속 드네요"
6일 기다리던 조정 없이 코스피지수가 1,900 고지를 밟자 증권 관련 사이트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800을 넘어선지 한달여 만에 1,900을 뚫고 올라갔다.
그 사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나흘 뿐이다. 그나마도 하락률이 1% 미만일 정도로 개인이 기다리던 조정다운 조정은 없었다. 이 기간 사흘만 순매수를 했을 뿐 개인들은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사실 지수가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개인들은 때만 기다렸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월 53.14%에서 8월 56.00%로 석달째 높아졌지만 9월에는 52.89%로 뚝 떨어졌다.
실질적 주식매수 자금의 유출입을 보여주는 실질고객예탁금(고객예탁금+개인순매수-미수금-신용잔액)도 5월 말 10조1천980억원에서 6월 말 9조4천80억원, 7월 말 8조4천140억원, 8월 말 7조9천760억원, 지난달 29일 7조2천470억원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552에서 1,900까지 올랐지만 빠른 순환매, 자문사가 미는 종목 일부만 오르는 바람에 개인들의 수익률도 현저히 떨어졌다.
연저점 이후 개인들이 많이 산 2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기, 제일모직 정도만 성공했을 뿐 하이닉스, 삼성생명, POSCO, 삼성전자, KB금융, LG디스플레이는 수익률이 한 자릿수대고, 한국전력은 20% 정도 빠져 속만 끓였다.
반대로 많이 내다 판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OCI, 현대중공업, SK에너지는 많게는 배까지 오르는 등 수익률이 50% 안팎에 달한다. 팔고 나니 주가가 계속 올라 배만 아팠던 셈이다.
지수가 계속 오르자 뒤늦게라도 동참하려고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최근 감지되고 있다.
소극적으로 최근 6개월간 거래 기록이 있는 주식 활동계좌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개인들이 주식 매입용으로 빌리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도 5조원대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증권 관련 사이트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현대증권 신반포지점 관계자는 "코스닥이나 중소형주가 부진해 '왜 내 종목은 안 올라가냐'는 상대적 박탈감만 느껴진다"며 "지수가 많이 올랐으니 좀 더 기다렸다가 사라고 조언했는데 빨리 올라버려 개인들은 동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를 늘리려는 개인이 있는데 오로지 자문사가 뭘 사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개미들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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