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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희의 세계문학 인터뷰] <20>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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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1-22 17:26:54 수정 : 2010-11-22 17: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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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다 아래 영원으로 귀환하다 파수꾼과 야경꾼

“밤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노력해야겠지. 밤의 한가운데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우편기의 불빛과 엔진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면. 우린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돼.”

리비에르는 어둠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는 남은 두 대의 우편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리비에르는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파견된 프랑스 비행기 회사의 책임자였다. 그는 밤마다 착륙장에서 야간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세 대의 비행기를 기다렸다. 자정 경 유럽행 비행기가 출발할 수 있도록 세 비행기에 우편물을 적재하기 위해서였다. 펠르랭이 조종하는 칠레선 우편기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제 파타고니아선과 파라과이선 두 대가 남았다. 리비에르는 충혈된 눈으로 밤의 저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으로 말했다.

“당신에겐 휴식이 필요해 보여요.”

“어림없는 소리, 이건 전쟁이나 마찬가지야. 모든 우편기가 다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칠월의 하늘로 날아간 그 작가 비행사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남기고 사라졌지요.”

“마흔네 살이었어. 생텍쥐페리는 우리의 진정한 동료였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요. 매일 밤 당신이 기다리는 것도 그런 것이겠군요.”

“굳이 말하자면, 그건 현재의 시간 같은 거야. 이 순간에서 다음 순간을 잇는 끈 같은 것이기도 하고. 나는 다만 지금에 충실할 뿐이야.”

《밤은 인간을 보여준다. 어둠 속에 빛나는 소박한 저 별 하나, 그건 외딴 집 한 채이다.》

조종사 파비앵은 파타고니아선 우편기를 몰며 날아오고 있었다. 하늘은 수족관처럼 고요했다. 기착지에 잠시 착륙한 후 그는 기선을 곧장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렸다. 손가락으로 비행기 날개의 강철 소골(小骨) 부분을 쓸어보며 파비앵은 생명을 느꼈다. 오백마력의 엔진이 강철을 벨벳 같은 살갗으로 바꿔 놓았다. 그는 구름 아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불빛들을 내려다보았다. 온 세상에 신호 보내기를 멈춘 집 한 채, 식탁 위로 팔꿈치를 괸 채 램프 불빛을 앞에 둔 농부들은 자신이 무얼 희망하는지 모른다. 그들의 욕망이 이 광막한 밤 속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가 닿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누군가는 그들이 무인도에서 바다를 향해 절망적으로 전등불을 흔들기라도 하는 양 그 불빛의 호출에 감동하는 것이다.

기착지를 떠나오고 한 시간이 지난 후 파타고니아 선은 뇌우의 첫 소용돌이를 만났다.

의지의 사원

기후가 불안한 야간에 안데스 산맥을 넘어오는 항로는 매우 위험했다. 리비에르는 밤의 장애물에 눈 먼 화살처럼 내동댕이쳐진 우편기의 운명, 비행사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임무가 있었다. 야간항로를 개척해야 하는 일이다. 리비에르에게 있어 이 일은 곧 인간 의지의 한계와 맞서 싸워야 하는 절명의 과제였다.

최대의 적은 불안과 두려움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불가항력과 불가사의한 이유를 들어 시도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비에르는 그의 권한으로 모든 규칙을 엄격하게 실행해 나갔다. 이유를 불문하고 칼같이 규칙을 적용했다. 그것이 정당하든 부당하든 상관이 없었다. 그에게 인간이란 반죽해야 할 새 밀랍이었다. 그 재료에 영혼을 불어넣고 의지를 만들어주는 일이야말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었다. 리비에르는 그들을 통제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을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로 인해 매 비행장은 정시 출발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저들을 강건한 삶으로 이끌어야 해. 고통도 기쁨도 따르지만 오직 삶만이 가장 중요한 그런 삶으로 말이야.”

《규칙이란 종교의식과도 같아. 부조리해 보이지만 인간을 도야시키지.》

리비에르는 나약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에게 언제나 최선을 요구했다. 부하직원과 정신적인 교류를 나누고자 했던 감독관에게 리비에르는 서글픈 미소를 띠며 조언했다.

“단지 자네는 상관일세. 자네는 자네 역할에 충실해야 하네. 어쩌면 내일 밤에라도 그 조종사에게 위험한 출발을 명령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는 따라야 하네. 만일 그들이 우정 때문에 자네를 따른다면 자네는 그들을 속이는 것일세. 자네에겐 그들에게 어떤 희생도 요구할 권리가 없으니까.”

리비에르는 홀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나는 온 하늘을 책임지고 있다. 저 별은 군중 속에서 나를 발견한 신호다. 이방인 같고 고독한 나를…….’ 그는 정기적인 업무보고를 하는 당직 사무원에게 크나큰 우정과 전우애를 느꼈다. 그러면서도 사소한 실수는 용납하지 않았다.

‘작은 담쟁이들이 사원을 무너뜨린다. 내가 내 부하들을 분발시키지 않으면, 밤은 언제나 그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다.’

◇판화=장길재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파타고니아선 우편기는 폭풍을 맞고 있었다. 천칠백 미터의 고도에서 기체가 흔들렸다. 파비앵은 엔진의 진동을 느끼며 침착하게 고도를 낮췄다. 무선사는 거듭 떨리는 목소리로 위치를 물어왔으나 파비앵은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기착지를 찾기 위해 계속 교신을 취해 봤지만 비행장이 있는 도시마다 거센 폭풍우가 밀려와 있었다. 트렐레우, 산 안토니오, 바이아블랑카 모두 태풍과 폭우를 동반한 돌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방이 꽉 막히고 폭풍은 천 킬로미터에 걸쳐 확산돼 있었다.

조종사에게 이 밤은 기착지가 없는 밤이었다. 어떤 항구로도 접근할 수가 없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연료가 바닥나 새벽까지 버틸 수도 없었다. 정처 없이 어둠 속을 표류하며 떠다닐 뿐이었다. 마지막 조명탄이 빛을 뿜어내며 빙그르르 돌더니 평평한 곳을 비추고 꺼져 버렸다. 그곳은 바다였다. ‘틀렸어. 항로를 이탈했어. 태풍이야! 육지는 어딨는 거지?’

돌풍이 불어오자 파비앵은 조종간의 진동을 느끼며 거세게 핸들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머리 위 폭풍의 틈새로 별 몇 개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빛에 대한 목마름이 엄습해 왔다. 파비앵은 미끼를 낚아채는 물고기처럼 빛을 향해 솟구쳤다. 희미한 별의 자성이 그를 끌어올렸다. 우물 같은 빛의 구멍을 통과하니 놀랍게도 그곳에 눈부신 세계가 펼쳐졌다. 보름달과 모든 별자리들이 구름을 향해 빛을 비추고 있었다. 구름이 빛나는 물결로 출렁였다. 사방이 빽빽한 별들의 세계였다. 우화 속 도시의 도둑들처럼 그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보석방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얼음 같은 빛의 보석들 사이에서 파비앵은 속삭였다.

“너무도 아름답구나!”

삶, 또 다른 의미

살면서 우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을까. 조종사 파비앵의 아내는 잠든 남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바람을 타고 이웃집에서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들어왔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안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곧 누군가 “전투 준비!”라고 소리치며 남편을 데려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한 시간 후 우편기의 조종간을 붙들고 있을 남편의 두 팔을 바라보았다. 왜 하필 수백만의 사람들 중 이 사람이란 말인가.

자정이 되자 파비앵은 눈을 떴다. 그리고 창문 쪽으로 걸어가 날씨를 확인했다. 바람의 방향과 대기 상태. 도시의 불빛들이 모래처럼 허무하게 흘러갔다.

“이번엔 며칠이나 걸려요?”

아내의 질문에 파비앵은 미소 지었다.

“이 도시, 여기서 나는 아주 빨리 멀어질 거야.”

그의 마음은 이미 길 위를 날고 있었다. 그녀는 하늘을 가리키며 남편에게 말했다.

“날씨가 좋아요. 당신이 날아갈 길에 온통 별이 깔려 있어.”

파비앵은 나가면서 아내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들어 올리듯 안아서 그녀를 침대에 눕혀 주었다. 문이 닫혔다.

남편이 돌아오는 밤, 어김없이 그녀는 비행장에 전화를 걸었다. “파비앵씨 착륙했습니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설명하기 힘든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간단히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아!’ 하고 상처 입은 짐승의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파비앵의 아내는 비행장의 사무소에 와 있었다. 리비에르 앞에 우뚝 선 부인은 불안하고 비통스러운 목소리로 남편의 행방을 물었다. 리비에르는 자신 앞에 서있는 파비앵의 아내가 삶의 또 다른 의미, 개인의 행복, 황금빛 성소(聖所)라는 알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것, 단지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막다른 길과도 같아! 그러나 문제는 그 애정을 영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정 없는 세계

리비에르는 사소한 실책 하나도 철저히 규명했다. 악천후를 뚫고 무사히 귀환한 조종사를 불러 문책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리비에르는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회색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의 손짓에서조차도 잔혹함이 느껴졌다.

“부하가 살아 돌아온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꾸중을 하다니, 실망스럽군요.”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리비에르가 대답했다.

“그래, 무사히 귀환한 건 정말 훌륭한 일이야. 하지만 나는 그를 공포심으로부터 구해야 해.”

“당신은 손톱만큼도 동정심이 없는 상사예요.”

“난 거의 동정을 하지 않거나 동정한다는 걸 숨기지. 나도 정말이지 우정이며 인간적인 부드러움 같은 거에 감싸이고 싶어. 하지만 내가 맡은 일은 사건이야. 사람들이 사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단련시켜야 해. 그대로 놓아두면 이상하게도 사건이 터지거든. 마치 내 의지 때문에 비행기가 비행 중 파손되지 않고, 날고 있는 우편기가 폭풍우로 지연되지 않는 것 같단 말이지. 가끔 나도 내 힘에 놀라곤 해.”

“그건 과대망상이에요. 인간의 의지로 자연을 거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니, 어쩌면 분명한 건지도 몰라. 정원사가 자기 잔디밭 위에서 끊임없이 분투하는 것도 이것과 마찬가지야. 끝없이 풀포기를 밀어올리며 원시림을 만들려는 대지에서 이를 저지하는 순박한 손의 힘.”

“조종사도 보호받아야 할 인간이에요. 폭풍 속으로 비행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야. 그를 통해 나타나는 것, 미지의 것을 앞에 두고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런 장애물이지. 그를 동정하고 인정해 주면 그는 불가사의한 세계에서 당당히 살아 돌아온 걸로 생각하지. 난 불가사의라는 게 없도록 하려는 거야. 사람들이 이 어두운 우물 속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그 안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도록 해야 해. 살아 있는 것은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뒤엎고, 살기 위해 자기 고유의 규칙을 만들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리비에르는 어떠한 반박에도 물러섬이 없었다. 그는 어김없이 논쟁의 최후 승리자였다.

우주에서 영원으로

연필을 쥔 무선사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의 손은 밤에 갇힌 자들의 글자를 받아 적는 중이었다. ‘폭풍우 위 상공 삼천팔백 미터 지점에 갇혔음. 내륙을 향해 비행 중임, 여전히 바다 위를 비행 중인지도 모르겠음.’ 이 전보는 뇌우로 인해 이 망루에서 저 망루로 차례차례 점화되는 봉화처럼 밤 속을 행군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신이 왔다.

‘내륙 전반에 걸쳐 폭풍우. 연료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삼십 분.’

그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단 삼십 분뿐이었다. 리비에르는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않았다. 비행기 승무원들은 곧 추락할 것이다. 그는 우화에 나오는 바다 속을 상상했다. 밤의 심연에 묻힌 보물들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 쓸모없는 꽃일지라도 그런 꽃송이를 매단 채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밤의 사과나무에 대해서도. 밤은 풍요로울 것이다. 그리고 비옥한 밭이랑과 촉촉이 젖은 숲, 싱그러운 목초지들이 조금씩 새벽을 향해 일어날 것이다. 이제는 위험하지 않은 야산과 초원, 아기 양 들 사이에서, 온순한 세상 속에서 두 젊은이는 잠든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가 이 세계에서 저편의 세계로 흘러갈 것이다.

파비앵은 자기만 홀로 거주하는 별자리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그는 여전히 두 손으로 세상을 붙든 채 자기 가슴에 대고 균형을 잡는다.

《그는 찬란하게 빛나는 밤의 구름바다 위를 헤매고 있지만 저 아래에 놓인 것은 영원이다.》

소설가·blog.naver.com/sgmoonhack

작가와 작품 소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1900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네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사망한 뒤 리옹 근처에 있는 가족 소유의 성에서 세 명의 누이 및 남동생과 함께 목가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르망에 있는 엄격한 예수회 학교와 프리부르에 있는 생장(Saint Jean) 학교를 다녔다. 이후 유명한 미술학교인 에콜 드 보자르에서 청강생으로 건축을 공부하기도 했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 복무 기간 중 조종사 훈련을 받아 1923년 제대할 때까지 모로코의 프랑스 상공을 비행했다. 제대 후 평범한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류 작가인 루이즈 드 빌모랭과도 파혼한 뒤 깊이 상심하여 첫사랑인 비행을 다시 시작했다.

1926년 항공사에 입사해 항공우편 업무를 수행했는데 당시 그가 한 일은 초창기의 구식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식민지나 남아메리카까지 우편 항공로를 개척하는 일이었다. 모로코의 쥐비곶에 위치한 조그만 초소에서 비행장 주임을 맡았고, 불시착한 조종사들을 원주민 부족으로부터 구조하는 일 역시 그의 임무였다. 바로 그곳에서 ‘남방 우편기’를 집필했으며, 이 책은 1929년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근무했을 때 집필한 ‘야간 비행’으로 1931년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된다. 1935년 1월30일, 그는 비행 중 리비아의 사막으로 추락했는데 그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경험이 ‘인간의 대지’에 녹아 있다. 미국 망명 시절 집필한 수수께끼 같은 동화인 ‘어린 왕자’ 덕분에 생텍쥐페리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그 이전에는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전투 조종사’를 집필하였는데, 이 작품은 1942년 미국에서 6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 1944년 7월 31일 오전, 마지막 출격 차 정찰 비행을 하던 중 독일군에게 격추당해 지중해로 추락했다.


옮긴이 허희정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휴학하고 미국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질 들뢰즈의 ‘중첩’과 ‘디알로그’가 있다.


‘야간비행’은 생텍쥐페리 최고의 비행 문학작품으로 일컬어진다. 한 번 날아오를 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써야 하는 야간 비행 조종사들의 상사인 리비에르는 나약함과 두려움을 질타하고 때로는 동정하는 단호하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리비에르는 생텍쥐페리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져 있다. 서정적이고 몽상적이며 세련되면서도 참신한 문체로 쓰인 이 작품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비극적인 용기와 고귀함에 절로 탄복하게 된다. 앙드레 지드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숭고함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의 나약함이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 타락과 같은 것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의지의 순수하고 완전한 힘으로 획득할 수 있는 자기 초월이다. 이 책의 인물들 하나하나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 그 위험천만한 일에 진심으로 열성을 다해 헌신하며 그 임무를 완수하고 나서야 행복한 휴식을 찾는다.’

생텍쥐페리는 이 작품에서 야간비행사의 숭고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세계는 우울한 근심과 걱정거리로 가득한 지상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세계이다. 우주와 맞닿아 있는 이 영원의 세계에서 인간은 몽상하는 가운데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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