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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금융소비자보호] ②문턱 높은 서민금융… 두번 우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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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10 18:40:33 수정 : 2011-02-10 18: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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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라서… 돈줄 말라서… 내민 손도 자활의지도 꺾다
13년간 제빵업에 종사했던 A(42)씨는 허리디스크로 지난 1년여간 일을 못했다. 아내마저 몸져누워 병원비 마련을 위해 A씨는 캐피탈사 대출 등에 의존해야 했고, 5000만원의 빚을 안게 됐다. 결국 A씨 부부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최근 건강을 되찾은 A씨는 창업을 위해 미소금융, 햇살론 등을 받으러 서민대출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신용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씨는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기구 사회연대은행 광주사무소를 찾았으나 이번에는 “창업의지와 전문기술 등 조건은 갖췄지만 자금이 없어 지원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돌아서야 했다.

민경돈 광주사무소 팀장은 “A씨처럼 대출요건이 되지만 자금이 없어 지원해 주지 못하는 이들이 아주 많은데 A씨도 예전 같았으면 대출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는 저소득자·저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미소금융이 오히려 금융권 진입 장벽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민금융 재원을 통합해서 관 주도로 만들어진 미소금융은 자격조건이 까다로워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평가인 반면, 지난 10여년간 서민대출사업을 벌여왔던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미소금융에서 외면을 받은 이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기 어려워진 형편이다.

◇10일 롯데미소금융재단 영등포지점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방문한 고객을 맞아 직원들이 상담하고 있다.
김승미 인턴기자
◆여전히 문턱 높은 미소금융

본지가 지난 7∼8일 서울의 미소금융 지부 8곳을 찾아 서민금융 지원실태를 취재한 결과 대출상담을 받으러 오는 이들조차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외진 곳에 있어 인터넷에 능하지 않은 사람들은 찾아오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영등포지부는 올해 들어 지원실적이 없었고, 금천지부도 지난달 실적이 8건에 그쳤다. 지부 관계자들은 저조한 실적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국은 대기업과 금융기업이 주도하는 미소재단, 미소재단의 지역지부가 들어서면서 민간기구 중심으로 서민금융이 이뤄지던 과거에 비해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고 설명한다.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전국에 100개가 넘는 지부가 있기 때문에 서민들은 가까운 지점에 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에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구들은 고개를 젓는다. 미소금융이 관 주도로 출범하면서 도덕 불감증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내세우면서 서민금융을 위축시킨 면도 있다는 것이 이들 민간기구의 시각이다.

실제로 미소금융 지부를 찾으면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서울의 모 지부에서 만난 B(47·여)씨는 “일정한 재산과 직업이 있어야만 대출해 준다고 한다”며 “그런 조건을 갖췄다면 왜 미소금융을 찾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돈 가뭄 시달리는 민간기구

저소득자·저신용자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미소금융 재원으로 충당된 기업과 개인 기부금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2299억원, 3177억원이었다. 반면 대표적인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구인 사회연대은행은 기부금이 줄어 사업집행 실적이 2009년 90여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0여억원으로 떨어졌다. 다른 민간기구인 ‘신나는 조합’도 같은 기간 사업집행실적이 35억원에서 7억원으로 줄었다.

일정기간 거래가 없는 예금을 복지사업에 활용하던 휴면예금관리재단이 2009년 12월 미소금융 출범 후 미소금융중앙재단에 통합되면서 휴면예금재단 당시 민간기구 중심으로 진행됐던 서민대출사업은 미소재단이 관장하게 됐다. 미소재단이 기부금을 통합, 관장하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기댔던 민간기구의 입지는 형편없이 좁아졌다.

민간기구도 미소금융재단의 복지사업자로 선정되면 재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나,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 이들 기관의 하소연이다. 미소재단이 복지사업자 선정조건으로 내세운 ‘대출 상환율 95%에 예치금 2%’ 기준을 맞추다 보면 정작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성수 ‘신나는 조합’ 상임이사는 “저소득층에게 95% 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복지가 아닌 금융사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동안 민간기구의 경험을 비춰 봤을 때 70∼80% 상환율을 목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정도 크게 낫지는 않다. 기부금 수혈이 막히다 보니 대출 재원을 주로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신용회복위의 전체 재원 중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7.5%이고, 올해 들어서는 한푼도 안 걷혔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소액대출 수요가 늘어 많을 때는 한 달에 50억원대, 적을 때는 40억원대의 수요가 몰린다”며 “미소재단이나 신용회복기금에서 지원받은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면 대출해 주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월과 11월, 12월엔 대출재원이 고갈 위기에 처하면서 대출 실적이 30억원대에 머물렀다.

황계식·장원주 기자, 김승미·김혜림 인턴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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