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에 따른 국내 축산업 기반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이 휩쓸고 간 현장에서는 보상 걱정과 함께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되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었다. 봄을 준비하는 축산농가들은 살처분 가축에 대한 보상 약속 이행과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살처분 중심의 방역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잇단 축산업 포기 사태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구제역이 더 장기화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축산농가들은 입을 모았다.
◇오는 4월 해병대 입대를 앞둔 이상옥(20)씨가 충남 천안시 병천면 관성3리 농장에서 소를 돌보고 있다. 이씨는 소 사육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아버지가 구제역으로 실의에 빠져 있어 입대를 앞두고 걱정이 크다. |
충남 천안시 병천면 관성3리에서 한우 30여마리를 기르고 있는 이춘우(49)씨는 “가축이동제한 조치로 설 때도 소를 출하하지 못했다”며 “백신접종을 마치고 안정성이 입증된 소에 대해서는 신축성 있는 이동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살처분을 실시한 농가들은 “새끼를 밴 소와 그렇지 않은 소 등 가축의 상태에 따라 가치가 다른데, ‘인공수정패’ 확인 등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보상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축산농가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 관한 조항이 포함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불거진 구제역 발병에 대한 농가 책임 논란에 대해서는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전종한(49·천안시의원·수의사)씨는 “최고 수준의 방역체제를 갖추고, 직원들의 외부출입까지 통제한 정부기관 축산기술연구소에서도 구제역을 막지 못했으면서 농가 책임 운운하는 것은 정부가 방역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제역 농가에 보상금을 많이 주고 있어, 축산농가들이 구제역 예방에 의지가 없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축산농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 등 구제역으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말라”며 “정부의 책임 전가나 사회적 편견이 축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문영 천안축협 조합장은 “이번 위기는 제대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축산업이 새롭게 녹색 친환경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축산농민들 모두가 이번 재앙을 새로운 발전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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