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10m이상 초대형 쓰나미 피해로 '대재앙'
"해안 도달 속도 빨라… 인명피해 줄이는게 중요"

규모 9.0의 강진이 우리나라 동해·남해안 지역과 가까운 일본 서해상 오키(隱岐)제도 부근에서 발생한다면 강릉과 포항, 울산, 부산 등 동해안 일대 주요 해안도시에 1시간 이내 최대 파고 10m 이상의 ‘쓰나미’(지진해일)가 들이닥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대지진으로 최대 피해를 당한 미야기현 등 일본 동북부 해안 지역이 최대 10m 파고의 쓰나미에 초토화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본토가 ‘방파제’ 역할을 해준 이번 지진과 달리 일본 서해상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면 우리로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세계일보는 13일 기상청 국가지진센터에 의뢰해 일본 혼슈 시마네(島根)현 북쪽 해역으로부터 약 50㎞ 떨어진 오키제도 부근(위도 35.93, 경도 132.36)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일어날 경우를 가상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 결과 강원도 강릉(25분)과 삼척(23분), 경북 포항(17분)과 울진(22분) 등에 파고 10m 이상의 ‘초대형’ 쓰나미가 25분 내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 기준 지점과 강릉, 포항, 부산 간 직선거리는 각각 약 350㎞, 약 260㎞, 약 300㎞이다. 울산(31분)과 부산(59분)도 1시간 이내에 각각 8.9m와 5.0m 높이의 쓰나미 영향권에 들었다.
![]() |
◇13일 한국해양연구원이 공개한 일본 대지진 전후 센다이 지역의 해양 변화 모습. 천리안 해양관측위성이 촬영한 이 영상에 따르면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기 전인 9일(왼쪽)엔 바다색에서 특이한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으나 참사 발생 후인 12일에는 다량의 잔해와 탁한 물이 해안가로부터 약 10㎞까지 넓게 퍼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제공 |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의 위력은 과거 사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04년 12월 규모 9.3의 강진으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역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쓰나미는 파고가 4m 정도였지만 피해 국가들의 낙후된 재난 시스템과 맞물려 20만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냈다.
1908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 근해를 덮친 지진은 높이 12m의 쓰나미를 동반, 메시나 시의 93%를 파괴하고 12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시뮬레이션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과거 일본 서해안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우리 동해안 지역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3년 5월 일본 혼슈 아키타현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7)으로 높이 1.3∼2.0m의 지진해일이 우리 동해안에 닥쳐 인명피해 5명과 이재민 405명, 선박 81척 파손 등 피해를 겪었다.
1993년 오쿠시리 해역 지진해일로 울릉도에는 90분 만에 1.19m, 속초에는 103분 만에 2.03m, 동해에는 112분 만에 2.76m의 해일이 몰려와 건물 3000여동과 선박 35척이 부서졌다.
한 지진 전문가는 “10m면 건물 4, 5층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높이”라며 “지진해일은 파도가 한번 치고 마는 게 아니라 그 파고만큼의 물기둥이 육지로 밀려 들어 오는 것이어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 울릉도에 해저 지진계와 해일 파고계를 설치, 일본 서해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나면 최초 관측 이후 10분 이내에 주의보나 경보를 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초대형 강진이 일어나면 지진해일의 규모가 큰 데다 도달속도가 빨라 대비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할 때 긴급방송을 통해 전파하지만 지진해일이 도달하기 전 시설물 등 재산 피해를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진해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