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누출사고로 세계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들은 쓰나미 피해 복구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독도 영유권 주장에 더 관심을 두는 듯하다.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외교청서 발표→주일 한국대사 초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일본은 독도 소유권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일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상에게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중학교검정교과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항의를 전달했던 권철현 주일대사는 5일 또다시 외무성을 찾았다. 이번에는 항의하러 간 게 아니라 불려들어갔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사무차관은 권 대사에게 한국정부의 독도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계획에 대해 항의했다. 사사에 차관은 일본의 고유영토인 독도에서 한국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려고 함부로 구조물을 설치하려는 것은 일본 정부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사사에 차관은 단순한 항의를 넘어 건설 계획의 백지화까지 요구했다. 권 대사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반박하면서 25분간의 면담은 냉랭하게 끝났다.
외교소식통은 일본의 이날 조치에 초조함이 담겨 있었다고 해석했다. 과거에는 교과서와 외교청서 등으로 독도 도발을 감행하면 한국이 정부 성명과 언론보도 등으로 맞받아쳐 ‘말싸움 양상’으로 번졌다. 독도 문제로 소란을 피우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그러면 독도는 자연스레 한국영토에서 ‘한·일 간 영토분쟁’ 지역으로 각인될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일본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번에는 말싸움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줬다. 독도를 실제로 지배하는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실효적 지배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로 일본을 압박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와 외교청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 이어 5일 우리 정부에 독도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북도의회 독도수호특별위원회 위원들이 4일 독도를 방문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규탄하고 있다. 독도=연합뉴스 |
이에 따라 일본 정부로서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중·러를 상대로 영토갈등을 야기하기보다는 한국과의 기싸움이 더 수월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독도 도발은 일본 정부가 국민들에게 영토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권임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인 제스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본의 의도와 달리 한국이 강한 행동으로 나오면서 일본의 계산이 어긋나고 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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