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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뇌를 바꾸고 싶다면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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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1 00:04:38 수정 : 2025-05-01 00: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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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생존·보호위한 선택 우선시
온갖 핑계로 운동 거부 합리화해
능력치 오르면 가능한 일로 인식
불안도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어

최근에 ‘뛰어야 산다’라는 TV 예능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러닝(Running) 초보들만 모아놓고 42km 풀 마라톤을 뛰게 도전시키는 예능인데, 그야말로 못 뛸 것 같은 러닝 바보들 중 한 명으로 섭외가 되었다. 처음에는 5㎞, 그다음에는 10㎞를 뛰게 시키고 완주에 성공하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으로 계속 도전이 이어진다. 10㎞ 마라톤 공식 대회에 출전해서 완주에 성공하기도 했는데, 성공했더니 이제는 며칠마다 같은 거리를 뛰는 연습을 하게 됐다.

지난 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20㎞ 넘는 거리를 연습 삼아 뛰게 되었다. 그런데 뛰기 전까지 나의 뇌는 나에게 ‘절대 안 된다’고, ‘뛰다가 다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온갖 종류의 걱정과 불안을 늘어놓았다. 알레르기성 천식도 있는 나에게 러닝은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무릎 인대도 성치 않고 허리 디스크도 있는 내 몸을 혹사하면 어느 순간 걷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굉장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여러 이유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나는 정말로 뛰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뇌가 변명을 늘어놓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단 뇌는 생존과 보호를 위한 선택을 우선한다.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라서 뛰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에너지 소모를 순간적으로 늘리는 활동을 선호하지 않는다. 뇌의 편도체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axis)에서 생겨나는 ‘불안’과 ‘스트레스’는 대부분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뇌는 항상 기존에 경험했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기에, 한 번도 긴 거리를 뛰어본 경험이 없다면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또는 ‘무리수다’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 선택이 위험하고 어렵다고 판단하는 뇌는 몸의 상태도 그렇게 바꿔 놓는다. 근육이 긴장되고 몸의 피로도를 높여서 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힘겹게 느껴지게 하고, 당장이라도 멈추고 침대에 다시 들어가 자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한다.

뇌를 바꾸는 방법은 다름 아닌 ‘행동’이다. 긴장된 근육은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일단 크게 호흡을 한 후 뛰기 시작하면 움직이고 있는 몸의 각 부위들이 뇌에 새로운 신호를 보낸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액의 대사량이 늘어나고, 폐에서 더 바쁘게 산소공급량을 늘리고, 소뇌에서 균형 감각과 몸의 움직임과 관련된 신호들을 처리하고, 그리고 온 몸의 근육들이 나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뇌가 이미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뇌는 이제 운동을 잘 하기 위한 모드로 돌입한다.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넘어지거나 부상을 입지 않게 온 몸의 각 부위에 바쁘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걸 해내기 위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량 역시 올라간다.

일단 10㎞를, 20㎞를 완주하는 데 성공하고 나면 뇌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업데이트된다. 기존에 없던 경험이 생겼으니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조정하고 다음에는 같은 거리를 뛰는 일이 ‘가능하다’, ‘할 만하다’라고 보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운동을 통해 뇌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능력치가 올라가면 ‘불안’과 ‘스트레스’를 만드는 뇌의 영역들도 새롭게 업데이트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량이 확연하게 줄어들게 되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훨씬 적게 느끼게 된다. 따라서 계속 운동의 도전을 해 나가면 뇌가 스스로 느끼는 에너지량, 그리고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되는 일들이 더불어 많아지게 된다.

뭔가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 있을 때 술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마셨을 때 불안이 줄어드는 이유는 알코올이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인 GABA(감마아미노뷰티르산)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GABA는 신경세포의 활성화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이 때문에 술을 마셨을 때 불안 완화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러닝이나 수영, 자전거 타기와 같은 지속적인 신체활동 역시 GABA의 활성 수준을 올린다는 것이다. 운동을 많이 하면 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불안이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언가를 꼭 해내고 싶은 데 불안과 걱정이 많다면 러닝이나 수영, 자전거타기처럼 운동을 추천한다. 나의 뇌가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은 뇌가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체적 능력치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해 줌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자신의 뇌를 바꾸고 싶다면, 움직여라. Just Move! 당장 나가서 뛰어라!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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