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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한국 대표 브랜드 공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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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01 19:38:32 수정 : 2011-07-01 19: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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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의 시대란 슬로건이 내걸리면서 한국 사회는 지금 문화 콘텐츠 선풍이 불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생기고, 대학에 문화콘텐츠 학과가 개설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21세기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무엇인가 되물었을 때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문화 콘텐츠는 결국 문화가 명품 상품이 될 수 있는 문화 브랜드를 탄생시켰을 때 가능한 문화산업적 기대효과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작은 섬나라 뉴질랜드의 관광산업을 부흥시킬 만큼 분명한 문화 브랜드가 됐고, 영국 국립극장에서 제작한 가족극 ‘워 호스’가 런던 피카딜리 극장가에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 잡으면서 영국 국가 브랜드 연극이 됐다. ‘워 호스’는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 제작한다고 한다. 중국의 연출가 장이머우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 지역에서 연출한 수상 무대 ‘인상유삼저’는 중국 지역문화가 이룬 21세기 최대의 문화 브랜드다.

이윤택 영산대 교수·극작 연출학
왜 한국은 이에 버금갈 수 있는 국가 문화 브랜드가 아직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가. 한국은 이제 세계 공연예술의 최대 시장 아닌가. 한국의 공연예술가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난감해진다. 요즈음 나를 더욱 난감하게 하는 것은 젊은 대중문화의 위력이다.

지금 한국의 최대 문화 브랜드는 K-팝이다. 일본, 중국을 거쳐 유럽에까지 미치는 한국 아이돌 가수의 위력은 한 마디로 질풍노도의 분위기다. 그러나 국공립 단체에서 기획하는 국가 전략의 문화 브랜드는 아직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 문화 브랜드란 작품성을 담보하면서도 흐르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대중성과 상업성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국공립 문화예술은 문화 브랜드로 성공을 거두지 못할까.

진정 국가 문화 브랜드를 꿈꾼다면 극장이 있어야 한다. ‘워 호스’가 영국 국가 문화 브랜드가 된 이유는 런던 중심가에서 계속 공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법 많은 극장을 보유하면서도 국가 문화 브랜드를 위한 극장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작품도 오래 공연할 수 없는 풍토다. 기회를 균등하게 나누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분간 국가 브랜드 운운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극장이 지어질 때까지.

뉴욕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공원 센트럴파크는 매년 여름 7∼8월 두 달 동안 단 한편의 연극을 막 올린다. 델라코어 야외극장에서 퍼블릭 시어터가 기획하는 ‘셰익스피어 인 더 파크’ 공연이다.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등 미국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티켓은 선착순 무료다. 아니면 인터넷 복권 티켓의 행운을 기다려야 한다. 이 한 편의 연극이 바로 미국이 자랑하는 문화 브랜드다.

티켓은 무료인데 센트럴파크 연 운영예산은 매년 1000만 달러 정도 흑자를 낸다. 티켓 값은 무료이지만, 공연을 보려고 줄 서는 관객과 그 도심 속의 줄서기를 구경하려고 모인 관광객과 장사치들로 공원은 졸지에 문화 콘텐츠 효과를 드러내는 셈이다.

우리가 진정 문화 콘텐츠의 효과를 기대한다면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기대해서는 안 된다. 국가 문화 브랜드 공연이라 내세우지만, 정작 예산은 장이머우의 수상 뮤지컬 제작비 100분의 1도 못 미치면서 어느 정도 자체 티켓 수입까지 기대한다. 이런 문화환경 속에서 한국의 공연예술가들은 마이더스(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결국 마이너스의 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윤택 영산대 교수·극작 연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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