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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활동서 따돌림… 후임병들도 무시
훈련·경계근무까지 빠져… 보통 2주서 한 달 정도 지속
7∼8년 전부터 생겨난 듯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대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 해병대 특유의 ‘기수열외’에 의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악습이 언제부터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에 따르면 해병대에서 기수열외는 기본적으로 부대 내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제외시키는 것이다. 기수열외된 병사에게는 선임병들이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으며, 후임병들도 선임으로 챙겨주지 않는다. 부대에서 행해지는 각종 훈련 준비는 물론 심지어 경계근무까지 빠지게 된다.

이럴 경우 기수열외를 당한 병사는 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수열외를 지시한 선임들 눈치를 보며 원망하기도 하고, 자기를 무시하는 후임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사나흘 정도 지나면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되고 시키지도 않는 생활관(내무반) 정리정돈 등의 수고로움도 감내한다. 그렇지만 선임들은 ‘뭐 이런 짓을 하냐’며 면박을 주는 등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또 며칠이 흘러가고 당사자의 괴로움은 극에 달한다. 구타나 가혹행위가 오히려 맘 편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보통 2주에서 한 달 정도 지속된다. 부대 상황에 따라 길게는 두 달가량 이어지기도 한다.

기수열외 해제는 선임 중 한 명이 당사자를 조용히 불러내 이를 통보하는 식으로 끝을 맺고, 다음날부터 부대원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기수열외자를 대한다.

일반적으로 기수열외를 당하는 병사들은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일명 ‘고문관’들이다. 선천적으로 몸이 둔하거나 이해력이 떨어져 이런저런 실수를 반복해 동료 병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육군이나 전경에도 용어는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의 ‘왕따’ 현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수열외를 당했다고 전우들에게 총질을 하는 일은 없었다는 게 해병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범행 자체를 용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해병대 기수열외는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예비역들과 현역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해병대에서 기수열외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년 안쪽이다. 해병대를 나온 지 10여년이 지난 예비역들은 “군생활 당시 기수열외란 단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역 복무 중인 해병대 김모 대령 역시 “2001년까지 대대장을 했지만 야전부대에서 그런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해병대 이모 소령은 “기수열외란 말이 통용된 것이 7∼8년 전쯤으로 안다”면서 “전체 부대에 만연된 현상은 아니며 일부 부대에서 일본의 왕따 문화를 모방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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