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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주연 ‘한국의 앤절리나 졸리’ 하지원

입력 : 2011-07-28 21:21:54 수정 : 2011-07-28 21: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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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여자라는 말을 더 듣기 좋아해요”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있는 여자라는 말을 더 듣기 좋아해요.”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배우 하지원은 “여러 편의 액션영화 출연에 따른 ‘여전사’ 이미지의 고착화 또는 ‘한국의 앤절리나 졸리’라는 별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곧장 “듣기에 좋다”고 답한다. “실제 제가 ‘멋있는 여자’를 좋아하거든요. 졸리가 보여주었던 영화 속 캐릭터들 같은. 하하.”

영화나 TV 속에서 그녀는 투사였다. 긴 칼을 유려하게 다스리며 달빛 자르기를 한 조선의 형사였고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기 위해 강펀치를 쏟아붓는 복서였는가 하면, 라벤더 향기 풍기는 스턴트 우먼이었다. 어느덧 국내 정상급 스타 여배우 반열에 우뚝 올라선 하지원은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다른 여배우들이 감히 들을 수 없었던 ‘액션 여제’, ‘충무로의 강철 체력’이라는 수식어까지 달았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7광구’에서도 그녀는 괴물과의 일대일 사투를 벌이는 여전사 ‘해준’을 연기했다.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망망대해 위 시추선에서 괴물과 ‘맞짱’을 떠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럴듯해 보이는 여배우로 하지원만큼 적합한 배우를 찾기는 어렵다”며 “이번 ‘7광구’는 그녀가 있어서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고 밝힌 적이 있다. 촬영을 하는 동안 김 감독이 그녀에게 요구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감독님은 항상 강조했어요. ‘해준’이가 여려 보인다거나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요. 서 있는 자세 하나까지도 지적해 주었죠. 다리를 모으지 못하게 하고, 얼굴도 정면으로 보지 않은 채 비스듬히 날카롭게, 그리고 남자 말투를 쓰고 목소리 톤도 남자처럼 하라는 거였죠. 서 있을 때 허리에 양 손을 얹은 것도 남자들 틈에서 몸통이 결코 작아보이지 않게 하려는 의도된 포즈였어요.”

힘들게 찍지 않아도 될 영화도 많은데 굳이 ‘7광구’ 출연을 결심한 데는 남다른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생소한 공간에서 괴생물체와 사투를 벌이는 거라 흥미로웠어요. 석유 시추선은 일반적인 장소가 아니잖아요. 또 그동안의 액션은 액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 여린 흔들림, 인간적 모습 등이 혼재된 것들이었는데, ‘7광구’는 전혀 ‘여자’가 아닌 오히려 괴물보다 더 지독한 그야말로 ‘여전사’ 이미지여서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들었죠. 액션은 찍을 때는 무척 힘들지만 그보다 더 좋고 큰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고, 다시 하고픈 마음이 생겨요.”

이번 영화를 위해서 그녀는 스킨스쿠버를 자청해서 배웠고 오토바이 타는 장면을 위해 면허까지 따냈다.

“석유시추선의 생활을 어떻게 보여줄까는 숙제 같은 거였어요. 스킨스쿠버 장면이 나오진 않지만 우선 바다와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배운 거예요. 연기는 블루스크린(3D 촬영을 위해 마련된 세트)에서 하지만, 바다의 느낌이나 그을린 상태 등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강의는 하루도 안 빠지고 참가했고 필기도 열심히 한 덕에 한 번에 붙었죠. 자격증 시험에. 스킨스쿠버는 이제 제 취미가 됐어요. 바이크 신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시나리오가 수정되면서 바이크를 타야 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일단 도전했죠. 비가 오는 날에도 우의 입고 연습을 했고, 시내 도로도 다니고 제주도까지 가서 오토바이를 탔죠. 많이 타보고 나니까 촬영할 때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들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녀에게 액션 연기란 머리로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이 이끌려 자연스레 나오는 것인 듯하다.

“제게 마사지는 미용의 개념이 아니라 치료의 개념에 가까워요. 촬영장에서 다치거나 근육 경직된 곳을 풀어주는 것이니까요. 전 독하지는 못한데, 제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끝장을 보기는 하죠. 내숭은 없어요. 하하.”

시나리오는 “그냥 책을 읽듯이 담담하게 본다”고 한다. 편하게 읽고 나서 느낌을 되새겨 본다. 작품이 갖는 힘, 울림, 진정성 등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결정한단다.

“신인 때는 제 캐릭터만 보기에 바빴어요. 이제는 전체의 느낌을 보고 고르는 편입니다.”

오랜 시간 톱배우 자리를 유지해 온 비결은 무엇일까. 대중성을 확보한 비결은 그녀만의 ‘집중’에서 발현되는 것 아닐까.

“그냥 그 순간은 다음을 생각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지금 힘들게 잡아놓은 (연기의) 감정선이 아깝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자’며 마음을 다스리죠. 카메라가 돌고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은 실로 더욱 솔직해지는 거 같아요. 촬영할 때는 다른 것, 다른 생각,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연기에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고 했다.

“연기할 땐 최선을 다해도 늘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시사회 때 보니 제 호흡 소리가 잘 안 들려서 아쉬웠는데… 영화 마지막에 괴물을 죽이면서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낸 괴물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괴물과의 눈빛 교감을 더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터뷰에 응하는 동안 시원스러운 성격답게 종종 박장대소하는 그녀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입보다 눈이 먼저 웃는 매력이 드러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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