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감기라 여기지만 진료해보면 비염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르면 당연히 감기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기가 아닌 비염이라는 것이다.
비염으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감기 때문에 한의원을 방문했다. 진료를 받은 후에야 자신이 감기가 아닌 비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항상 맑은 콧물이 흐르는 증상을 감기로 착각하면서 감기약만 먹기에 급급했기에 비염을 더욱 키운 결과를 낳았다.
한 30대 중반 여성 역시 감기가 너무 오래가는 것 같다며 한의원을 찾았다가 비염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은 콧물과 코막힘이 심했고, 항상 코안에 가득 차 있는 콧물 때문에 잠에서 깨면 코부터 풀어야 했다. 이런 증상을 당연히 코감기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감기와 비염의 증상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도 있다. 첫째, 감기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염되지만, 비염은 전염되지 않는다. 둘째,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지만, 비염은 열이 나지 않는다. 셋째, 감기는 1~2주간 증상이 지속되지만, 비염은 수개월 또는 1년 내내 증상이 지속된다.
비염은 한 가지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비염이 존재하고, 그 증세도 각각 다르다.
1. 감염성 비염: 콧물감기로 시작한다. 감기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비염이 된다.
2. 알레르기성 비염: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등 알레르기 유발 요인으로 발생한다. 콧물이 나오고 발작적인 재채기를 한다.
3. 혈관운동성 비염: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음식에서 나오는 김을 쐬거나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반응하면서 혈관의 자율신경 이상으로 콧물이 흐른다.
4. 위축성 비염: 콧물을 만들어내는 점막이 위축되어 나타난다.
5. 비후성 비염: 콧속의 점막에 생긴 염증으로 콧속의 콧살이 두터워지면서 그 안에 염증이 생기고 코가 막힌다.
사람들은 감기를 겪어봤으므로 콧물과 코막힘의 증상을 당연히 감기라고 생각할 뿐, 비염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발전할 때까지 비염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비염을 방치하면 축농증, 중이염, 결막염 등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더욱 중한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어린이들의 경우, 감기인 줄 알고 방치하여 비염이 되면 성장과 발육이 늦어지거나 정서불안 등의 성격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는 밤에 코가 막혀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발육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 비염으로 인한 염증이 부비강으로 번져 축농증이 되면 머리가 무거워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에 커다란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비염은 초기에 발견하여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초기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비염도 쉽게 잡을 수 있다.
비염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의 노력도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 다음 사항들을 꾸준히 지킨다면 감기와 비염은 물론, 각종 호흡기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다.
첫째, 규칙적인 운동, 맑은 공기 흡입, 폐 기능 강화 요법 등으로 폐의 건강을 지킨다.
둘째,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과로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코의 기능이 저하되므로 몸이 피로할 때는 푹 쉬어야 한다.
셋째, 우유, 콩, 달걀 등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피하고 인스턴트식품은 삼간다. 반면 해조류와 생선, 채소류는 칼슘이 풍부하여 점막과 신경의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아침에 간단한 맨손 체조나 유산소 운동을 하면 밤새 코안에 고인 분비물이 쉽게 빠져나간다.
다섯째, 가급적이면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 찬 공기,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펫, 소파 등 집먼지진드기의 근거지는 미리 치운다.
여섯째, 10시 이전에 잠을 자야 부신피질 호르몬과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원활해져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또한, 잠을 잘 때 베개를 약간 높게 하면 코안에 고인 분비물이 쉽게 빠져나온다.
일곱째, 몸 온도를 떨어뜨리는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수 등은 가급적 먹지 않는다.
여덟째, 공해나 먼지가 많은 곳에는 가급적 가지 말고 실내에서는 공기 청정기를 틀어놓는다.
아홉째, 평소 코 주위의 경혈을 집중적으로 마사지한다.
열째, 외출할 때에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바로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한다.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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