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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대학·직장보다 ‘좋은 관계’를 가져라

입력 : 2011-12-09 20:18:58 수정 : 2011-12-09 20: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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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식 획일화된 교육으로 인성 부족한 판박이 엘리트 양성
단단하고 긴밀한 사회적 관계는 장수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
인생의 사랑과 성공, 성격을 결정짓는 비밀은 무엇인가. 인간의 잠재력과 성취를 과연 수치화할 수 있는가. IQ, 학벌은 과연 성공의 조건인가.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생 성공에 기여하는 중요 요소들을 나름의 논리로 풀이하고 있다. 언뜻 통속적이고 누구나 다 아는 ‘공자왈 맹자왈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곱씹어볼 만한 심리학적 내용들이 많다. 통상 지나치기 쉬운 최선의 인생 성공방식을, 유려한 문장가로 알려진 중견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에 기고하는 저자는 미국과 전 세계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분석과 통찰, 풍자적 문체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이경식 옮김/2만5000원
소셜 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지음/이경식 옮김/2만5000원


저자는 같은 또래의 헤럴드와 에리카 두 사람의 생을 추적하면서 어떤 측면이 보다 행복하고 성공에 이르는지를 분석한다.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는 종래 인간 본성론에 반기를 든 것이 우선 돋보인다. 합리적이란 인간의 행복과 성취를 수량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낳는다. 이는 피상적인 인간관을 초래하며, 이에 근거한 수박 겉핥기식 교육과 제도들로 인해 개인과 사회를 획일적인 판박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로 임계점을 돌파한 성공한 전문가들은 획일적이고 판박이 같은 재주와 지능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훨씬 많다”면서 “그들에 있어 ‘관계’는 때로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인생을 뒤바꾸는 원리로 작동했다”고 말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독자들도 익히 안다. 하지만 이 책이 설명하는 ‘사회적 동물(소셜 애니멀)’은 종래 알려진 개념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자가 표면적인 인간 이해방법론이라면, 후자는 인간 본성을 파악하는 방법론이랄 수 있다.

현대사회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과해 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개인 차원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역점을 둔 탓에 도덕적이고 정서적인 능력을 계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입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받았지, 정작 누구를 친구로 삼고 누구와 결혼하며 충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훈련은 도외시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학생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잘 가르쳐 왔지만 인성 같은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기성세대가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패의 공통 특징은 인간 성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판박이 엘리트들은 인간 행동에 대한 천박한 사회과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삼았다”고 혹평한다. 현대사회는 계량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만 안심하는 좀스럽고 꼼꼼쟁이 엘리트들이 지배했다고 비판한다.

이를 한국 사회에 대입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이른바 강남학군, 명문대, 일류직장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의거해 권력집단의 이너서클을 형성해 왔다. 이 같은 ‘성공 로드맵’의 역효과는 사회 전반에 속속 드러났고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일류대를 졸업하고 세계 최고 학부에서 학위받은 똑똑한 정치인들은 또 어떤가. 이 모든 일이 피상적인 인간관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면 무엇이 매력적인 사회, 성취와 행복으로 이끌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사람은 원래 이성이 아니라 감정과 무의식에 따라 움직이며 관계야말로 감정과 무의식을 만드는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를 잘 교육한다는 것은 좋은 학원과 학군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관계를 통해 보다 풍부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말하고 행동하는 법, 올바르게 결정하는 법, 시련을 헤쳐 나가는 법을 배우고, 이것을 통해 인생의 숙제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명문대학, 일류 직장보다 좋은 관계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단단하고 긴밀한 사회적 관계는 장수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동지애가 주는 친밀한 감정은 평생토록 한 사람을 든든하게 지켜 준다는 점이다. 이 관계들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잘 훈련하고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울러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관념을 전제로 설계된 교육, 문화, 정치시스템도 수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령씨는 추천사에서 “저자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류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특유의 사회적 감수성을 통해 미래사회의 진화과정을 깊이 있게 짚어낸다”고 평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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