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요지경’속 예술가의 존재의미 다시한번 되새겨

입력 : 2011-12-26 20:29:13 수정 : 2011-12-26 20:29:1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1 미술계 결산
강정마을 등 사건현장 찾아
프로젝트 예술행동 이어져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만든 한 해였다. 미술시장은 끝없이 주저앉고 미술품이 기업의 비자금과 연계되면서 2011년 미술계는 한마디로 추락하는 ‘요지경’이었다. 그래도 한켠에선 희망을 지폈다. 강정마을, 한진중공업, 두리반 등에서 이어진 사건들의 현장에 많은 예술가들이 찾아가 프로젝트 성격의 ‘예술행동’으로 함께했다. 

‘도시’에 대한 관심으로 도시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프로젝트들이 부쩍 늘었다. 사진은 서울시립미술관(남서울분관)의 ‘도시를 스케치하다’전에 출품된 박준범 작가의 영상작품.
청계천, 4대강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작업하는 작가들도 늘었다.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도 사회발언 차원에서 꾸준히 이뤄졌다. 도시 미술관, 갤러리 등의 제도공간 이외에서 벌어지는 예술의 활성화, 특히 ‘도시’에 대한 관심으로 도시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프로젝트들의 활성화도 두드러졌다. 고미술에 대한 관심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미술시장은 불황이었지만 미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의 증가는 대중들로 하여금 우리 전통 미술에 대한 가치 재발견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게 했다. 

연일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뤄 대중의 미술 향유 욕구를 확인시켜 준 간송미술관의 ‘풍속인물화대전’에 출품된 신윤복의 ‘미인도’.
서울시립미술관이 상반기 마련한 ‘도시를 스케치하다’전과 ‘서울도시 탐색’전은 도시 주제 전시의 서막이었다. 산업화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 도시에 대해, 그 속에 살아가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엿보게 해줬다. 도시 자체가 삶이 되고 인간관계가 된 도시의 속성을 드러내 주었다. 평화미술관이 운영하는 스페이스99에서 같은 시기에 열린 ‘바늘 하나 들어갈 틈’전은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냉담한 사회적 시선에 초점을 맞춘 전시였다. 비정규직을 타자화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고발이었다. 4년 전 작가도 비정규직이냐는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교통사고로 숨진 조각가 구본주의 유족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이슈가 됐다. 가해자 측 보험사는 “고인이 주로 건물의 대형 상징물 제작 등 육체노동에 종사했으므로 도시 일용노임이 기준이 돼야 하며 정년도 육체 노동자에 준하는 60세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계는 반발했다. 대책위가 구성되었고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소송은 조정을 거쳐 종결되었지만 파장은 작지 않았다. 예술가의 현실은 그때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하반기에 열린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특별전 ‘초상화의 비밀’전과 간송미술관의 ‘풍속인물화대전’에는 연일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내년 1월29일까지 열리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선화원대전’에도 관람객이 급증했다.

해외에선 이우환 화백이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6월부터 3개월간 ‘무한의 제시(Making Infinity)’를 열면서 세계미술계의 이목을 끌었다. 구겐하임에서 아시아 작가가 개인전을 연 것은 백남준과 중국의 차이궈창(蔡國强)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용백 작가는 6월에 열린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랑은 갔지만 상처는 아물겠지요’라는 제목의 전시로 주목받았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혜규 설치작가는 1월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진 데 이어 6월 영국 모던 아트 옥스퍼드 미술관과 9월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 미술관에서 해외순회전을 개최해 호평받았다.

미술계의 경사는 뭐니뭐니 해도 서울 중심에 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6월 서울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터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9월에는 서울관의 공식 명칭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우리들의 미술관’이라는 뜻을 담은 ‘UUL(울)국립서울미술관’으로 정했다. 서울관은 2013년 말 개관될 예정이다.

대중의 미술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해주는 일도 벌어졌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6월 홍라희 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그림값 50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11월 취하했다. 홍 대표는 미술품 매매를 가장해 오리온 그룹 비자금을 세탁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가 10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떠난 이들도 있다.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닥의 작가’로 불린 정창섭 화백이 별세했다. 5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화랑에서 전시회를 연 김종하 화백이, 12월에는 마지막 로맨티스트 권옥연 화백이 세상을 떠났다.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안유진 '아찔한 미모'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