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춤 등 못하는게 없는 초등생
점심때마다 수돗가서 물배만 채워
印 아동 강제노동의 심각성도 경고
‘웃다가 보면 어느새 눈물이…’(아이디 dalbilove), ‘시종일관 웃음짓게 만들더니 엔딩에서는 눈물 쏙∼ 뺀 감동적인 영화예요. 강추!’(아이디 rusa0831). ‘스탠리의 도시락’에 대한 이 같은 시사 후기가 인터넷 영화 사이트에 연이어 올라오는 이유는 어른보다 의젓한 꼬마 주인공 스탠리(파토르 A 굽테)의 매력 때문이다.

영화 내내 스탠리는 한번도 울지 않는다. 점심 시간 때면 “엄마가 맛있는 반찬을 준비하고 기다리니 집에 다녀오겠다”며 나섰다가 학교 근처 큰길가에서 어슬렁거리다 돌아오는 장면이라든가 스탠리가 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지 이유가 밝혀지는 대목에서는 한번쯤 눈물을 보일 법도 한데, 영화는 오히려 어른보다 빨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모진 ‘어려움’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꼬마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문을 알게 되는 후반부, 풍성한 도시락을 준비해 올 수 있게 된 스탠리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이를 나누어주며 ‘엄마의 손맛’을 자랑하는 대목은 커다란 망치가 되어 지워지지 않는 멍을 남길 만큼 관객의 가슴을 후려친다.
영화는 코믹 감동 드라마를 표방하며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11살 스탠리와 반 친구들의 훈훈한 우정을 보여 주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자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노동현장에 내몰린 인도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해맑은 스탠리의 모습을 통해 세계적으로 2억5000만명에 달하는 어린이 노동 인구 중 인도에서만 약 1200만명의 아이들이 채석장, 카카오 밭 등에서 단돈 1달러도 안 되는 일당을 받고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을 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필요성과 전 세계적 문제인 아동 노동까지 아우르며 현실성이 묻어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소녀와 그녀에게 소통을 알려준 선생님의 기적 같은 이야기로 87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블랙’(2009). 이전까지 국내 정서에 부합하지 않아, 마니아들만 찾는 영화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인도 영화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블랙’은 국내 영화 시장에서도 인도 영화가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뒤를 이어, ‘내 이름은 칸’(2011)이 언론의 호평과 입소문 효과로 38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했다. 마찬가지로 세상이 정해놓은 틀을 깨면서 살아가는 세 친구들의 이야기 ‘세 얼간이’(2011) 역시 ‘알 이즈 웰(All is well)’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46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해 이제 인도 영화가 더 이상 ‘마니아 영화’가 아닌, 국내에서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는 영화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올 3월, 이러한 여세를 몰아 귀여운 아역 배우들을 앞세우고 국내 팬들을 찾은 발리우드 영화가 바로 ‘스탠리의 도시락’이다.
스탠리 역의 파토르 A 굽테가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혀 국내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아몰 굽테 감독은 연출뿐만 아니라 배우,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며, 이번 영화에서는 직접 ‘식탐 대마왕’ 베르마 선생 역으로 나왔다.
이 영화는 지난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 상영된 이후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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