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손가락 마디가 굵어지면 관절염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기 마련이다. 손가락 퇴행성관절염은 65세 이상 일반인 남성 평균 58%, 여성 평균 67%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퇴행성관절염이 손과 팔의 상지 기능 장애에 미치는 영향은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관절센터 공현식(사진) 교수와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성남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일반인 378명을 대상으로 엑스선 검사에서 보이는 손의 퇴행성관절염 빈도를 조사하고, 관절염이 손의 기능과 장애 정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다. 이 결과 65∼69세는 남녀 각각 37%와 41%에서, 70∼74세는 49%와 67%에서, 75∼79세는 65%와 76%에서, 80세 이상은 86%와 90%에서 손에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전반적으로 손 기능 장애가 더 컸다.
퇴행성관절염이 상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역 조사에서 손의 악력에는 5.7 ∼ 8.6% 정도, 상지 기능과 장애에는 6% 정도여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손과 팔의 불편함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관절염이란 노화나 외상에 의해 관절 연골이 손상되거나 닳아서 염증이 생기고 변형이 오는 퇴행성 질환이다. 인체 어느 관절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흔히 무릎에 생기는 퇴행성관절염은 보행 때 체중이 실리게 돼 통증과 관계가 깊은 데 비해 손은 그렇지 않아 이 연구에 나타나듯 관절염이 있어도 그로 인한 통증과 장애가 크지 않다.
손가락 퇴행성관절염 환자 사진. 관절염 엑스선 사진을 보면 둘째, 셋째 손가락 끝마디 관절 간격이 줄어들어있고 연골이 닳아서 뼈가 맞닿아 조금 더 하얗게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당 서울대병원 제공 |
대부분의 환자가 각종 자료를 통해 심각하게 변형된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의 손가락을 보고 손가락 관절이 조금만 굵어지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류머티스성 관절염의 발생 빈도는 인구의 3% 미만이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단순 퇴행성관절염으로, 관절염이 조금씩 진행되더라도 그로 인한 통증이나 기능 장애는 크지 않고 심각한 변형을 초래하는 일 또한 매우 드물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손가락이 굉장히 뻣뻣하고 심한 통증이 있거나 저릴 때에는 퇴행성관절염보다는 오히려 손가락 힘줄의 염증인 건초염이나 손목 인대에 신경이 눌려 증상이 생기는 손목 터널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진단받더라도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니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심한 통증이 있거나 저리는 증상이 있을 시에는 퇴행성관절염이라 생각하고 지레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다른 질환이 생긴 것은 아닌지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65세 이상 인구에서 퇴행성관절염은 흔한 소견이지만 그로 인한 기능 장애는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손의 마디가 굵어지면 더 심한 변형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손가락 퇴행성관절염은 매우 흔한 현상으로 나이가 들면 생기는 얼굴의 주름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나친 염려나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실제로 손이 아프고 뻣뻣하거나 저린 분은 건초염이나 손목 터널 증후군과 같은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정확히 감별해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2012년 1월 국제 정형외과 학술지(Clinical Orthopaedics and Rleated Research)에 발표됐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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