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안에 해파리가 몇 년 전부터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선 어민들의 피해가 커졌다. 큰 몸통으로 그물을 찢기도 하고 물고기들을 쫓아버려 어장 황폐화의 원흉이 되었다. 해파리가 우리나라 연안에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다. 예로부터 ‘어장이 안 되려면 해파리만 끓는다’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개체수가 많지는 않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해파리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며칠 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인 여아가 불과 4시간여 만에 숨진 것이다. 우산 모양의 머리 지름만 2m에 가깝고 몸무게가 150kg에 육박한다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소행이라는 전문가의 추정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8명의 어부가 해파리에 쏘여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사람 목숨까지 위협하는 존재라면 당연히 박멸 대상이지만, 정작 해파리는 죄가 없다. 해파리가 품은 독은 먹이를 잡을 때나 적을 막는 데 쓰인다. 사람이 아니라 그 어떤 존재라도 해파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물질을 적으로 간주했을 터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모든 해역에서 독성 해파리가 피서객을 쏘거나 수산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독성 해파리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대부분 해수욕장은 이런 사실을 이용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해파리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원인도 인간들이 제공했다. 무분별한 수산자원 남획으로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파괴해 천적이 사라진 데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해수의 온도 변화를 초래해 일어난 현상이다. 어찌 인간들이 제 잘못은 가리고 해파리 탓만 하겠는가.
조용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