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의중 반영 확인 안돼
법무부는 댓글 그대로 둬 논란 검찰이 정봉주(52·사진) 전 의원의 가석방 심사일을 앞두고 정 전 의원의 가석방을 촉구하는 인터넷 글을 대검찰청 홈페이지에서 모조리 삭제해 여론조작 논란이 예상된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아 충남 홍성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대검 홈페이지 자유발언대 코너에 올라와 있던 정 전 의원 관련 게시물을 모두 지웠다. 현재 ‘정봉주’라는 단어로 대검 홈페이지 자유발언대에서 검색되는 게시물은 단 2개뿐이다. 없어진 게시물은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이 실명으로 ‘정봉주 가석방을 촉구한다’는 제목을 달고 쓴 글이 대부분이다.
현재 검찰은 네티즌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인터넷 자유발언대 코너를 대검 홈페이지 한 곳에서 통합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대검 홈페이지에서 정 전 의원 글이 삭제됐다는 것은 전국 검찰 홈페이지 어느 곳에서도 정 전 의원 관련 의견을 들을 수 없음을 뜻한다. 대검의 인터넷 게시글 삭제가 사실상 여론왜곡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검찰이 지운 댓글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14일 정 전 의원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법무부 홈페이지에 동시다발로 쏟아진 가석방 촉구 게시물이 1만건 이상임을 감안할 때 대검 홈페이지에도 이 기간 비슷한 규모의 글이 올라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정 전 의원이 가석방 대상자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훨씬 이전부터 올라왔던 정 전 의원 지지글조차도 몽땅 없어졌음을 감안할 때 검찰이 삭제한 게시물은 1만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글이 삭제되는 과정에 검찰 수뇌부의 의중이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0일 오후 8시 현재 대검찰청 홈페이지 자유발언대 코너에 남아 있는 정봉주 전 의원 관련 게시물. 정 전 의원 가석방을 촉구하는 수많은 글이 삭제돼 검색되는 게시물이 단 2개에 불과하다. 반면 법무부 홈페이지엔 정 전 의원 관련 글이 1만건 이상 올라 있다. |
정 전 의원은 지난달 6일로 형기의 70%를 복역했고, 지난달 10일 홍성교도소로부터 등급이 모범수로 분류되는 S1(개방처우급)으로 조정돼 가석방 조건을 충족한 상황이다.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 복역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구치소·교도소에서 예비심사를 거쳐 법무부가 죄질·행형성적 등을 따져 최종 결정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결격 사유가 있는 수형자는 대부분 해당 교도소에서 걸러진다”며 “큰 문제가 없는 한 정 전 의원은 가석방심사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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